9월 돼지 등급 판정 작년보다 14만마리 감소…수입 가격은 상승
돼지열병 살처분 돼지는 전체 1% 미만…정부 "수급 문제 없을 듯"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이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본부에 따르면 10월 평균 돼지 ㎏당 도매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3천911원보다 소폭 오른 4천∼4천200원으로 전망됐다.
본부는 "가격 상승은 돼지 도축 마릿수 감소 때문"이라면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영향으로 가격 변동성이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축 돼지 수가 줄어드는 것은 올여름 상대적으로 서늘했던 날씨의 영향도 있다.
지난해에는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성장이 느려진 돼지의 출하가 10월까지 밀리는 바람에 2017년보다 물량이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철 기온이 지난해보다 낮아 출하를 위해 등급 판정을 받는 돼지 마릿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이달 기준 전국 돼지 마릿수는 모돈(어미돼지)이 지난해보다 0.7∼2.5% 늘었고, 자돈(새끼돼지) 생산량도 늘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0.2∼1.9% 증가한 1천165만∼1천185만마리로 추정됐다.
올해 1∼8월 돼지 등급 판정 마릿수는 사육 수 증가로 지난해 1천122만마리보다 늘어난 1천158만마리였다. 그러나 이달(1∼23일) 들어서는 17일 첫 확진된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1만5천512마리보다 14만1천764마리 감소한 97만3천748마리로 집계됐다.
돼지고기 수입량은 국제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현재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당 돼지고기(지육) 가격은 지난해보다 각각 3.2%·23.2% 상승한 1.59 달러(약 1천908원)·1.84 유로(약 2천414원)로 조사됐다.
올해 1∼8월 돼지고기 수입량은 31만3천32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2만9천27t보다 4.8% 감소했다.
지난해 이래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 가까이 소비하는 '큰손' 중국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해 현지에서 1억마리가 넘는 돼지가 사라지면서 미국·유럽 등지에서 수입이 쏠려 국제 시세가 오르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올해 1∼7월 기준 166만1천t에 달해 지난해 같은 기간 133만5천t보다 24.5%나 급증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에서 쉽사리 잡히지 않아 지난달 현지 돼지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보다 38.7%나 감소하는 등 공급 부족은 여전한 탓에 이 같은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
본부는 "12월에는 모돈 사육 수가 지난해보다 0.7∼2.5% 많은 107만∼109만마리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전체 돼지 마릿수도 1천140만∼1천160만마리로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 정도에 따라 사육 마릿수 추정치는 달라질 수 있다"며 "아프리카돼지열병 조기 종식을 위해 철저한 차단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사상 유례없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에 초기 48시간 전국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에 이어 다시 한번 96시간에 걸쳐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때 '올스톱'된 전국 돼지 경매·유통은 전날 정오에야 풀렸다.
정부는 국내 돼지고기 재고량이 15만4천여t에 이르고, 사육 마릿수도 충분해 돼지고기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요 식품업체가 돼지고기를 충분히 비축해 두고 있고, 생고기에 대한 소비자 선호를 고려해 현재로서는 냉동 수입산 돼지고기에 대한 수입 확대 등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살처분 대상에 오른 돼지 마릿수는 9만5천여마리이며 이는 국내 전체 돼지의 1% 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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