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들 전공 관계없이 기부 가능하게 한 것을 "노예해방" 비유
"사람들은 지도자와 그들의 언어 선택에 높은 수준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서영 기자 =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졸업생의 전공과 상관없이 원하는 단과대에 기부금을 낼 수 있도록 바뀐 교칙을 '노예 해방'에 빗대 표현했다가 사과했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동문회와 담당 부서를 상대로 바뀐 기부금 제도를 설명하면서 노예제 폐지를 담은 미국 수정헌법 13조를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노예 노동 및 비자발적인 예속을 금지한 수정헌법 13조처럼 하버드대 동문도 출신 전공과 단과대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범위에서 기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비유에 교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는 해당 발언이 "무감각한 비유"였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배카우 총장이 기부에 제한적인 제도의 특성을 언급했을 뿐이라고 두둔했다.
이에 배카우 총장은 28일 동문회와 교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일부 참석자가 자신의 발언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물의를 일으킨 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배카우 총장은 "사람들은 지도자와 그들의 언어 선택에 높은 수준을 기대한다"면서 "여러분들도 총장인 내게 높은 기대를 갖고 있었을 것이며, 이번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을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에서는 인종차별 문제를 두고 크고 작은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시아계 지원자의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해 고의로 탈락시켰다는 의혹이 있다. 아시아계 학생 단체가 학교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 지난 26일에는 한 교수의 연구실 문에 그의 인종과 이민 자격을 비하하는 쪽지가 발견돼 학내 조사가 진행 중이다.
배카우 총장과 교수진은 "혐오 행동과 함께 모든 종류의 혐오 발언을 규탄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학교 공동체에 대한 공격에 대응할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천명했다.
하버드대는 18세기에 학내에서 노예로 끌려간 학생 4명을 기리는 명판을 세우고, 노예제도와 고등 교육기관 간 관계를 연구하는 학회를 개최하는 등 잘못된 노예제도의 역사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s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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