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제주 4·3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일본에서 열렸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29일 일본 나가사키(長崎)현 쓰시마(對馬)시 북부의 사고(佐護) 해변에서 한일 양국 인사 70여명이 참석한 제주 4·3 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개최됐다.
사고 해변은 4·3 사건 당시 희생된 일부 피해자 시신이 표착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합동위령제가 열린 것은 작년에 이어 2번째다.
쓰시마 주민인 에토 유키하루(江藤幸治·62) 씨는 제주 4·3 사건 후인 1950년을 전후해 수백 구의 남녀 시신이 해류에 실려 왔는데, 그들이 입고 있던 옷에 한글이 적혀 있었다는 얘기를 매장에 관계했던 선친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사토 씨는 부친이 별세한 2007년 사비를 들여 사고 해안 근처에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공양탑을 세웠다.
그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사람 구하는 일을 한 부친이 남긴 역사를 계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재일교포 시인 김시종(90) 씨는 인사말을 통해 "희생자들이 바다를 넘어 우리들(한일)이 만나게 해 줬다"며 두 나라 시민이 합동위령제를 개최한 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4·3 사건 당시 좌파진영에 가담한 혐의로 쫓기는 처지가 되자 일본으로 이주했다.
제주 4·3 평화재단의 오승국(57) 총무팀장은 "인권 문제에는 국경이 없다"면서 인권 문제에서 한일 시민이 함께 연대해 나갔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송승문(70) 4·3 희생자 유족회장은 "얼어붙은 한일 관계와는 별개로 쓰시마 주민들과 함께 위령제를 계속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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