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팀 800명 비교 임상결과…"한국인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하는 항혈전약 '티카그렐러'(제품명 브릴린타)의 출혈 부작용이 기존 치료제의 2.2배에 달해 한국인에게는 복용 용량을 줄여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박덕우 교수와 은평성모병원 권오성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 사이 국내 10개 심장센터에서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항혈전제를 복용한 800명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티카그렐러는 2009년 미국, 유럽 등에서 약 2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기존 약제보다 뛰어난 유효성과 안정성을 입증받아 전 세계에 출시됐다. 이후 국내에서도 2013년 건강보험 급여 적용 후 환자들에게 사용됐지만, 임상 현장에서 출혈 사례가 다양하게 보고돼 안정성 논란이 일었다.
연구팀은 환자를 400명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기존 항혈전제인 '클로피도그렐'(제품명 플라빅스) 75㎎ 한 알을 하루 한 번씩 복용토록 했다. 또 나머지 그룹에는 새 항혈전제인 '티카그렐러'(제품명 브릴린타) 90㎎ 한 알을 하루 두 번 복용(총 180㎎)시키고 1년 동안 합병증 여부를 비교 관찰했다. 복용량에 차이가 있었던 건 약물의 표준 치료 지침에 따랐기 때문이다.
이 결과 1년의 관찰 기간에 클로피도그렐 복용 그룹에서는 출혈 합병증 발생률이 5.3%에 그쳤지만 티카그렐러 복용 그룹에서는 이런 합병증 발생률이 11.7%나 됐다.
특히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심장이나 뇌 부위 출혈 발생률도 티카그렐러 복용 그룹이 7.5%로 클로피도그렐의 4.1%보다 높았다.
심혈관질환,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의 경우 티카그렐러 9.2%, 클로피도그렐 5.8%로 각각 분석됐지만, 통계학적인 유의성은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책임자인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같은 치료제라도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연구와 달리 한국인에게는 적정용량이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라며 "앞으로 이런 방향의 '공익적 임상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 나온 만큼 티카그렐러는 추가 연구를 거쳐 한국인에게는 복용 용량을 줄이는 등의 방향으로 새로운 치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심장질환 분야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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