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 이수 1년반 후 소득도 기대 미달…'박사 = 고소득' 미국과 대조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박사학위는 해당 전공분야에 높은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증명하는 학위의 최고봉이지만 일본의 박사과정 학생들은 요즘 장래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보도했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 문부과학성이 실시한 박사학위 취득자 진로조사(사회인·유학생 제외)에서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66.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취업자 중 30% 이상은 비정규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는 아르바이트가 8.7%, '소재 불명·사망'도 8%로 조사됐다.
수입에 대한 불안도 크다. 문부성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가 2012년부터 계속해 오고 있는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사과정 수료 1년반 후 시점의 소득은 그나마 높은 이과계가 연간 400만~500만 엔(약 4천445만~5천557만 원)이다. 문과계는 기껏해야 200만~300만 엔(2천222만~3천334만 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박사학위 소지는 곧 고액 연봉을 의미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에 따르면 생명과학분야 박사학위 취득자가 대학 등에 취업하면 연봉이 평균 700만 엔(약 7천779만 원)에 달한다. 기업에 취업하면 평균 970만 엔(약 1억870만 원)으로 이보다 더 높다.
특히 인재부족이 심한 수학과 컴퓨터 분야 기업의 박사학위 소지자 평균 연봉은 1천350만 엔(약 1억5천만 원)에 달한다. 기업에 취업하는 문과계 박사학위 소지자의 평균 연봉도 700만 엔이나 된다.
박사과정에서 수학하는 대학원생은 일본의 연구를 견인하는 원동력이다. 2010년 문부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박사과정 학생은 전문지 등에 발표된 논문의 20% 정도에 주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용횟수가 많은 유명 논문으로 한정해도 약 16%에 달한다.
일본 정부는 1991년부터 10년간 대학원생을 배로 늘리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문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 연구자로서 뿐만 아니라 기업 등에서도 활약하게 한다는 목표에서였다.
이 덕분에 일본의 박사과정 재학생은 1991년 2만9천911명에서 현재는 약 7만4천명으로 늘었다. 그러나 인기가 높은 대학 교수와 공공연구기관의 임기가 없는 연구직 자리는 감소하는 추세다. 기업의 채용도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
재학중 경제문제도 심각하다. 박사과정 재학생 대부분은 연령대가 20대 중반이나 후반이다. 같은 세대의 친구들은 이미 취업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많은데 박사과정 재학생은 벌기는 커녕 기본적으로 학비가 들기 때문에 격차가 뚜렷하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하면 학사학위, 이후 2년인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박사학위는 원칙적으로 대학 졸업후 대학원에서 5년간 공부와 연구를 계속하고 논문 심사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어 학력사회의 '엘리트'로 불리지만 화려한 타이틀과는 달리 현실적으로는 취업과 소득 등 여러가지면에서 불리한 점이 적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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