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애국심 문제이지 정치적 반대 아냐"…정치적 역풍 경계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해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탄핵 추진을 위한 조사에 나선 가운데 낸시 펠로시(민주당) 하원의장이 백악관을 향해 "사태를 지금보다 더 악화시키지 마라"고 경고했다.
펠로시 의장은 29일(이하 현지시간) 밤 미 CBS 방송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백악관은 탄핵 조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백악관을 향한 메시지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진실을 말해라. 미국 헌법에 대한 당신의 취임 선서를 존중하라. 그리고 이것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하는 경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라는 그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우크라이나 의혹을 폭로한 미 정보당국의 내부고발자를 직접 만나겠다는 밝힌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 계정에 연달아 올린 글에서 "모든 미국인과 마찬가지로 나는 나를 고발한 자를 만날 자격이 있다", "내부고발자라는 그에게 대체로 부정확한 정보를 불법적으로 제공한 사람도 만나야겠다"면서 "이 사람은 미국 대통령에게 스파이 행위를 벌인 것인가? 커다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CBS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고 폭로한 내부고발자는 신변 안전을 위해 연방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
한편,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 전화회의에서 이번 탄핵 조사는 헌법과 애국심에 관한 문제이지, 트럼프 대통령이나 2020년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반대는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60분'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대통령의 행위를 무시할 수 없었다"며 "나는 우리를 이끄는 팩트를 따르겠다고 항상 말해왔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팩트)을 봤을 때 우리는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한 과도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한 것은 정치적 역풍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이날 민주당 전화회의에선 일부 의원들, 특히 부동층이 많아 공화당과 민주당이 박빙 승부를 펼치는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2020년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를 앞두고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정국에서 논점이 복잡해질 경우 역풍에 휘말릴 수 있는 만큼 오직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을 의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민주당 하원 의원총회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탄핵 조사와 관련해 민주당은 '배신', '권력 남용', '국가 안보' 등 단어만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폴리티코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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