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대통령, 의회해산 선언…野, 대통령 직무정지 시도로 맞불(종합2보)

입력 2019-10-01 15:34  

페루 대통령, 의회해산 선언…野, 대통령 직무정지 시도로 맞불(종합2보)
'야당 장악' 의회가 해산 거부하자 전국 곳곳서 "해산하라" 시위
의회가 '부패 인사'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한 게 정국 혼돈 단초돼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황철환 기자 = 반(反)부패 개혁을 추진하며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충돌을 빚어온 마르틴 비스카라 페루 대통령이 결국 의회를 해산했다.
페루 일간 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비스카라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TV 연설을 통해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라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을 통해 의회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우리는 새 역사를 만들고 있다"며 국민을 향해 "이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회 해산 결정은 이날 의회가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강행한 데 따른 것이다.
보수 야당이 다수인 의회는 이날 헌법재판관 7명 중 임기가 끝난 6명을 새로 임명하기 위한 표결을 진행했다.
의회가 임명하려 한 헌법재판관 후보 중에는 부패에 연루된 인사들도 있으며, 국회의장 친척도 있다고 엘코메르시오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헌법재판관 후보들이 납치와 갈취, 성적 학대 등 민형사상 소송에 직면할 수 있는 인물들이라고 전했다.
페루 헌법재판소는 현재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게이코 후지모리 민중권력당(FP) 대표의 석방 여부 등과 관련한 주요 판결을 앞두고 있다.
중도 성향의 비스카라 대통령은 "의회를 장악한 부패한 마피아가 헌법재판소까지 장악하려고 한다"고 비판하며 법관 임명 절차 개선안을 정부 신임안과 연계해 먼저 처리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그는 전날 방송 인터뷰에서 의회가 정부 신임안을 처리하지 않은 채 헌법재판관 임명을 강행하면 정부에 대한 불신임으로 간주해 의회를 해산하겠다고 경고했다.
페루 헌법에 따르면 의회가 정부를 두 차례 불신임하거나 신임을 거부하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페루 의회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내각 불신임안을 가결한 바 있다.
이런 경고에도 야당 의원들이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경고를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표결을 강행하자 비스카라 대통령은 결국 경고대로 의회 해산을 발표한 것이다.
페루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한 것은 1992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당시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비스카라 대통령은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전 대통령이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에 연루돼 사임한 후 지난해 3월 부통령으로서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정치 경력이 길지 않은 그는 취임 후 강력한 반부패 개혁을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보수 야당이 장악한 의회와 줄곧 충돌해왔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딸 게이코가 당수로 있는 최대 야당인 민중권력당은 권력형 부패에 깊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페루는 전직 대통령들을 비롯한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최근 몇 년 새 대규모 부패 사건으로 줄줄이 체포되면서 정치 혼란이 이어져 왔다.
이번 의회 해산 결정으로 당분간 혼란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페루 내에서는 부패한 보수 야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상황이라 사회적 동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날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발표 이후 의회 밖에 모여 있던 시위대가 환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비스카라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며 의회 해산을 거부한 뒤 '헌법 질서를 깨뜨렸다'는 이유를 들어 대통령 직무정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어 메르세데스 아라오스 부통령을 대통령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의회가 이미 공식 해산된 상황으로 간주되는 까닭에 이런 행동은 상징적 의미 이상을 지니기 힘든 실정이다.
페루 교황청립가톨릭대학(PUCP) 소속 헌법학 교수인 세사르 란다는 해산 결정 이후 의회가 내놓은 어떠한 결정도 무게를 지니지 못할 것이라면서 "이것은 썩은 나무에 열린 과일과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페루 국민은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날 저녁 수도 리마의 의회의사당 주변에는 "부패한 정치인들은 꺼져라"는 등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든 시민 수천 명이 몰려 의회가 해산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들 중 일부는 직접 야당 의원들을 끌어내겠다며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최루탄이 동원된 뒤에야 물러났다.
현지 언론은 리마 이외에 다른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진행된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대다수는 의회 해산에 찬성했다.
미국 하버드대 소속 페루 전문가 스티븐 레비츠키는 선출직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이 깊은 페루 국민은 비스카라 대통령의 의회 해산 결정을 적법한 권한 행사로 간주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페루 군(軍) 합동사령부와 경찰도 이날 성명을 통해 비스카라를 대통령과 군경 통수권자로 인정한다고 밝혀 사실상 비스카라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mihye@yna.co.kr,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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