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특검의 수사 착수 경위에 대한 美법무부 조사 도와달라고 요청
"바 법무장관이 트럼프에 지원 요청…영국·이탈리아 기관과 비공개회동"
로이터 "호주 정부가 지난 5월에 먼저 조사 협조 제안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임성호 기자 = '우크라이나 의혹'으로 탄핵 정국에 내몰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 사안에 관한 조사를 요청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의 통화에서 로버트 뮬러 전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 착수 경위에 관한 미 법무부 조사를 위해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두 명의 미 정부 관리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같은 미 법무부의 경위 조사가 "뮬러 특검 수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NYT는 덧붙였다.
바 장관은 특검 수사의 단초가 된 내용을 재검토하는 법무부 조사를 지휘·감독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월13일 연방검찰에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착수 경위를 조사하라고 명령하면서 책임자로 존 더럼 코네티컷주 연방검사장을 지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더럼 검사장은 특검 수사의 원인이 된 2016년 트럼프 대선캠프에 대한 당시 미 정부의 정보수집 활동이 합법적이고 적절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당시 미 연방수사국(FBI)은 러시아 측이 트럼프 캠프와 접촉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 정치적 피해를 줄 수 있는 정보에 관한 제안을 했다는 호주 관리들의 제보를 받고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사이의 공모 의혹에 관한 방첩 조사를 벌였다.
지난 2016년 5월 영국 주재 최고위 호주 외교관이 트럼프 캠프의 조지 파파도풀로스 외교정책고문을 만난 뒤 이런 정보를 FBI에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모리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도움을 구한 것은 바 장관의 요청에 따른 행동이라고 NYT가 보도했다.
바 장관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2016년 당시 트럼프 캠프를 겨냥한 미 당국의 방첩 조사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국 정부 관리들과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번 통화의 구체적인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이터 통신은 1일 호주 정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중에 통화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에서 호주 정부가 사실상 이 문제를 자체 조사할 것을 요청한 것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신문은 또 호주 총리와의 통화가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맞수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정상 외교를 이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 탄핵조사 착수의 빌미가 된 우크라이나 정상 통화와 마찬가지로 호주 총리와의 통화 역시 소규모 그룹의 대통령 보좌관들로 녹취록 열람 권한이 한정됐다고 한 미국 관리가 전했다.
바 장관 본인도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착수 경위에 관한 법무부 조사에서 협조를 구하기 위해 외국 정보기관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바 장관은 영국 정보기관 관리들에게 접근했으며, 지난주에는 이탈리아를 방문해 더럼 검사장과 함께 이탈리아 정부 고위 관리를 만났다고 WP는 전했다. 바 장관은 이탈리아 측에 더럼 검사장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수사의 경위를 조사하는 바 장관과 법무부 관리를 소개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접촉한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쿠펙 법무부 대변인은 로이터에 "더럼은 여러 외국을 포함해 수많은 소스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법무장관의 요청에 따라 대통령은 다른 나라들과 접촉해 법무장관과 더럼을 적절한 관리에게 소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고 설명했다.
쿠펙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접촉한 나라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호주 정부 측은 트럼프 대통령과 호주 총리가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
익명의 호주 정부 대변인은 호주 공영 ABC 방송을 통해 모리슨 호주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호주 정부는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밝히는 데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 요청 이전에 호주 정부가 먼저 조사 협조를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 하키 주미 호주대사는 지난 5월28일 작성된 서한에서 미 법무부의 특검 수사 착수 경위에 대한 조사 계획을 언급하며 "호주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한 귀하의 노력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전인 5월24일 정보기관들에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시작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주안점을 둔 법무부 조사에 전적으로 협력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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