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결과 11월 공개 예정…패한 쪽은 승복 거부 가능성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에 나선 '양강 후보'가 개표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서로 자신이 승리했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달 28일 치러진 대선의 최종 결과가 나오려면 아직 한 달 이상이 남았지만,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과 압둘라 압둘라 최고 행정관(총리 역할 수행) 등 당선 유력 후보 두 명 모두가 일찌감치 '승리 선언'부터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누가 패배하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프간 정국의 혼란은 더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1일 뉴욕타임스와 톨로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압둘라는 전날 "우리가 많은 표를 얻었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결선 투표를 가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다음 정부를 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선거 승리의 근거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대선의 경우 현지 치안이 불안한 데다 부정 선거 이의 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잠정결과와 최종결과는 각각 다음 달 19일 이후, 11월 7일 이후에 발표될 예정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아직 전체 투표자 수 집계 작업조차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아직 개표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승리 선언부터 나온 셈이다.
아프간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
압둘라는 2014년 1차 투표에서 45%의 지지율로 가니를 제쳤지만 2차에서 역전당하자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이 중재에 나선 끝에 두 사람은 대통령과 최고 행정관 자리를 나눠 가진 채 지금까지 정부를 이끌어왔다.
압둘라가 선거 승리를 선언하자 가니 대통령 측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압둘라의 선언 몇 시간 뒤 가니의 러닝메이트로 나선 부통령 후보 암룰라 살레도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자들은 규칙을 존중해야 하다"며 "승자와 패자를 선언할 수 있는 기관은 선관위뿐"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도 "우리가 파악한 수치에 따르면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다"며 "결선 투표가 필요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압둘라의 태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에서 그도 똑같이 사실상 선거 승리를 선언한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최종 결과가 나오면 어느 한쪽은 투표가 불법이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한편, 대선은 마무리됐지만, 테러 등 현지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번 대선을 보이콧하라고 아프간 국민에게 요구하며 최근 테러 수위를 높였던 반군무장조직 탈레반은 1일 북부 발크주에서 지역 정부 건물을 기습, 경찰 11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탈레반은 이날 400여명의 조직원을 동원, 대규모 공세를 폈으며 10여명의 경찰도 인질로 붙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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