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양국 정상 상호 학위 수여·국빈 방문 등 전략적 밀착
한반도 문제서도 한목소리…북미 비핵화 협상에 변수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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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2일 중국과 러시아의 수교 70주년 기념일을 맞은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미국을 겨냥한 전략적 밀월이 한층 끈끈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매년 중국을 방문하는 가장 중요한 손님이 푸틴 대통령이 됐을 정도로 미국의 외교, 군사, 정치적 압박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연합 전선을 펼치는 국면이다.
지난 1일 베이징(北京)에서 신중국 건국 70주년 대규모 행사가 치러지고 7일까지 국경절 연휴인 점을 고려해 2일 중러 간 양국 정상이 참여하는 행사는 마련되지 않았지만 이미 연초부터 양국 정상 방문을 통해 수교 70주년 분위기를 띄워왔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올해 상대국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 격상에 합의한 데 이어 서로 상대 모교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며 최상의 예우를 맞교환했다.
시 주석은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명예박사 학위, 푸틴 대통령은 칭화대 명예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러한 두 지도자의 밀착 행보는 중국과 러시아에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반미(反美) 연대 경고'를 보내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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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 각종 외교, 군사 사안에 이어 경제 제재까지 받으며 곤란한 상황에 부닥쳐있다. 중국 또한 미국과 무역 전쟁에 이어 남중국해, 대만, 홍콩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태다.
베이징 소식통은 "과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중국과 러시아가 시진핑 주석 집권 들어 갑자기 밀착하는 것은 그만큼 미국이 이들 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면서 "미국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드니 중러 양국이 힘을 합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러시아는 중국이 주도하는 '유라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인 상하이 협력기구에도 주요 회원국으로 참여해 공동 군사 훈련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는 중국의 확장·패권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에도 협력하면서 대규모 경제 지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
중러 양국은 경제 무역, 에너지, 과학기술, 항공우주, 인문 등 각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통해 강력한 미국 견제 연대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러시아 방문 때는 '새로운 시대 포괄적 파트너십과 전략적 협력 관계 발전에 관한 공동 성명', 국제적 협력 의지를 담은 '현시대 전략적 안정성 강화를 위한 공동 성명'을 통해 공동 연대를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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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중러 정부 및 기업 간에도 10억 달러 규모의 '러-중 과학기술혁신펀드'를 조성하고, 상호 교역에서 양국 통화를 이용한 결제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중러 간 전방위 협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이런 중러 간 밀월 관계는 한반도 문제에서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올해 회동에서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원칙을 재천명하면서도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한반도 문제의 단계적·동시적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미국 주도의 강력한 대북 제재에 대해서도 중러 양국은 반대 목소리를 내며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른 단계적 제재 완화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북미 비핵화 협상에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을 연달아 만나며 경제 재건 및 비핵화 해법을 타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그동안 북미 정상회담을 앞뒤로 시진핑 주석과 만나며 이른바 '중국 카드'를 활용한 바 있어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정책 공조 또한 주목할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국으로 정치, 군사, 외교,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이들 국가가 연대한다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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