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스핑 교수 "차이잉원 연임 유력…중국의 대만 강경책, 어리석어"
"대만 민중, 미래에 대만도 홍콩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
(타이베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대만 강경책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대만과 중국의 거리는 더 멀어졌습니다."
대만의 유명 정치 평론가인 판스핑(范世平) 대만사범대 정치학연구소 교수는 지난달 3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월 대만을 무력으로 통일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발신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은 올해 들어 군사, 외교,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최고 수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강경책이 오히려 대만인들의 반감을 불러와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현 총통의 연임을 돕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고 판 교수는 진단했다.
다음은 100일 앞으로 다가온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를 주제로 한 판 교수와의 일문일답.
-- 대선이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대선 판도를 분석해본다면.
▲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서 모두 차이잉원 총통이 앞서간다. 국민당 한궈위(韓國瑜) 후보와 격차는 10% 이상으로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차이 총통이 안정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차이 총통이 승리할 것이다.
-- 작년 11월 집권 민진당의 지방선거 참패 후 차이 총통이 재선 도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극적인 상황 반전의 주된 이유는.
▲ 대외 요인이 컸다. 시진핑 주석은 1월 대만에 일국양제 방안을 제시하면서 강경 입장을 표명했다. 대만인은 일국양제를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미중 무역전쟁도 변수다. 무역전쟁으로 중국에 진출한 많은 대만 기업이 돌아오는 계기가 됐다. 대만 기업 회귀의 영향으로 올해 대만의 1·2분기 경제 성장률은 '네 마리 용'(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중요한 요인은 홍콩의 송환법 반대 운동이다. 시진핑이 대만에도 반드시 일국양제를 적용하겠다고 하자 대만 민중은 미래에 대만도 홍콩처럼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게 됐다. 오늘의 홍콩이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크게 형성된 것이다. 이런 대외 환경의 변화가 차이 총통 지지율 상승의 요인이 됐다.
-- 대만인들은 홍콩 시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 홍콩인들의 시위에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많은 대만 언론들이 홍콩 시위를 현장에서 생중계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시청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대만과 홍콩이 민주 쟁취를 위해 서로를 협력하고 지지하는 것이다.
-- 시진핑 주석은 지난 1월 대만 무력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외교,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을 압박하고 있는데 그 의도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 대외 위기 상황에서 시진핑은 정치적 업적을 내세워야 한다. 돼지고기 가격이 올라가고 백성들의 불만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미국엔 강경하게 대처하기 어렵지만 대만엔 그렇게 할 수 있다. 상대방의 보복 가능성을 고려해본다면 대만 강경책은 가장 정치적 비용이 적게 드는 선택이다.
-- 중국의 대만 강경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나.
▲ (대만과 수교했던 나라들의) 단교가 계속되고 있지만 대만인들은 차이잉원을 탓하는 대신 중국을 책망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의 이런 강경책이 사실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대만과 중국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두 번째로는 시진핑은 결과적으로 차이잉원의 선거를 돕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이 대만을 더욱 지지하게 했다. 대만 사회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깝다. 차이 총통은 미국의 지지를 얻고 있으니 차이 총통이 좋다 이런 식의 인식을 하게 된다. 중국이 차이잉원 연임을 막을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국민당 당선이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대만인들이 중국을 무서워할 것인가. 그것 역시 불가능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중국의 일련의 행동은 똑똑한 것이 아니다.
왜 중국은 대만 강경 정책을 펴는가. 중국은 지금 이런 여러 문제까지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국민당이 이기든 지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만 민중이 중국을 좋아할지 말지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이 중시하는 것은 시진핑의 권력을 안정화하는 것 뿐이다. 시진핑은 집권 후 미중 무역전쟁, 홍콩 반송중(反送中) 운동 촉발 등 많은 문제에서 잘못을 했다. 일련의 정책 실패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시진핑은 최고 권력자가 되고 난 이후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 국제사회에서는 차기 대만 대선을 미국과 중국의 간접 대결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내년 대선은 표면적으로는 민진당과 국민당의 선거다. 하지만 배후에 중국과 미국이 있다. 미국은 차이잉원 지지를 명확히 하고 있다. F-16V와 M1A2 전차 등 첨단 무기 판매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은 차이잉원을 신뢰할 수 있는 정치적 인물로 여긴다. 그는 절제적이고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도 않는다. 과거 (민진당 소속 총통) 천수이볜(陳水扁)과 다르다.
-- 국민당과 한궈위 후보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 당혹스러울 것이다. 대만에서 중국 비판 여론이 높아지지만 국민당은 목소리를 못 낸다. 과거 우리는 중국이 선거에서 국민당이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여겼다. 국민당은 중국과 비교적 가깝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일국양제를 강요하고, 홍콩 시위가 일어나면서 국민당은 어떻게 할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국민당은 중국을 강하게 비판할 엄두를 내지 않고 있다. 국민당에 약점에 생기게 된 것이다. 앞으로 국민당에 이런 어려운 상황은 더욱더 많아질 것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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