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원충이 만드는 헤모조인, 포유류도 생성"

입력 2019-10-02 16:23  

"말라리아 원충이 만드는 헤모조인, 포유류도 생성"
미 메릴랜드대 연구진 보고서…적혈구 파괴 질환 치료 '청신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헤모글로빈은 척추동물의 적혈구에 다량으로 들어 있는 색소 단백질로서 산소를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 헤모글로빈의 주요 성분이, 포르피린 고리에 철 이온을 함유한 헴(heme)이다. 헴은 헤모글로빈 외에 미오글로빈, 사이토크롬 등 주요 효소의 보결 분자단(prosthetic group·복합 단백질의 비단백질 부분)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헴을 보결 분자단으로 가진 단백질을 통칭 헴단백질(hemoprotein)이라고 한다.
헤모글로빈에 산화 스트레스가 가해지면 헴이 방출된다. 이런 식으로 풀려난 헴이 과도히 늘어나면 '헴 독성(toxicity)'이 생겨, 단백질과 지질을 산화하고, DNA를 손상하는 '자유 라디칼(free radicals)'의 형성을 촉진한다.
포유류의 체내에서 헴 독성을 방지하는 메커니즘을 미국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요지는, 헴 운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면 헴이 쌓이는 대신 헤모조인(hemozoin)이 형성돼 헴 독성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헤모조인은 헴이 결정화된 형태(crystallized form)로 헴이 축적되는 것보다 독성이 훨씬 덜하다.
포유류의 체내에서 헤모조인의 생성이 관찰된 건 처음이다. 인체에서 이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게 확인되면 말라리아, 악성 유전병인 겸상적혈구병(鎌狀赤血球病),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성 질병 등의 치료법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메릴린드대의 이크발 함자 동물·조류학 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저널 '이라이프(eLife)'에 최근 발표했다.
1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헤모조인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와 같은 흡혈 생물에 의해서만 생성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함자 교수는 지난 17년간 '헴-아이언(iron) 재활용' 과정을 연구해 왔다.
인체는 죽어가는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분해 과정에서 생긴 '헴-아이언(heme-iron)'을 1초당 1000조 개 이상 재활용한다. 늙어서 죽는 적혈구는 초당 500만 개에 달한다고 한다.
대식세포(macrophage)는 새 적혈구의 생성과 늙은 적혈구의 제거에 작용하면서 헴-아이언을 골수로 반송하는데 이를 '헴-아이언 재활용 과정(heme-iron recycling process)'이라고 한다. 헴의 운반을 제어하는 유전자는 포유류의 지라, 간, 골수 등에서 높게 발현한다.
함자 교수는 "헴 운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헴 재활용 사이클이 차단된다는 게 생쥐 실험에서 입증됐다"라면서 "그러면 치명적 독성이 생기는 대신 헤모조인이 생성된다"라고 말했다.
함자 교수는 앞서 예쁜꼬마선충(C.elegans) 실험에서 헴 운반을 제어하는, HRG1이라는 유전자를 발견했고, 인간도 비슷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에 포유류의 헴 운반 및 재활용 과정에서 이 유전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규명하기 위해 생쥐를 대상으로 일명 '녹아웃(knock-out)' 방식의 유전체 분석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헤모조인이 생성되지 않으면, 독성이 강한 헴이 치명적으로 누적된다는 게 드러났다. 그러나 헤모조인이 생긴 생쥐는 외관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함자 교수는 "지금까진 포유류가 헤모조인을 생성한다는 걸 몰랐기 때문에 사람의 체내에서 헤모조인이 발견돼도 말라리아 기생충이 만든 것으로 간주하곤 했다"라면서 "간, 지라, 골수 등에 헤모조인이 생긴 사람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보며, 그런 사람을 찾아내는 건 시간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런 환자를 찾아내는 건 향후 헴 운반 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잠재적 치료 기능을 연구하는 데 중요하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은 헤모조인과 헴 독성 내성(hem tolerance)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도 밝혀낼 계획이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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