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12년 CO2 총 배출량은 공룡대멸종 때 수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이 만들어내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₂)가 지구 활화산 전체가 내뿜는 양의 100배에 달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탄소 연구 프로그램인 '심층탄소관측소(DCO·Deep Carbon Observatory)'는 이달 말 워싱턴 D.C. 국립과학원에서 열리는 10주년 행사를 앞두고 그간의 연구활동 결과를 집대성한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내놓았다. DCO는 지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 탄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 2009년에 출범했으며, 현재 세계 47개국에서 1천명에 가까운 과학자가 참여하고 있다.
지구의 탄소가 어떻게 저장, 방출되고 재흡수되는지 등 탄소 순환 전반에 걸친 논문들은 지구과학 학술지인 '원소(Elements)' 최신호에 실렸다.
DCO와 외신 등에 따르면 바다와 땅, 대기 중에 있는 탄소는 약 4만3천500 기가톤(Gt)에 달한다. Gt는 10억t을 나타내는 단위로, CO₂ 1 Gt는 보잉 747 여객기 300만대가 내뿜는 양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양이다.
그러나 이는 지구의 지각과 맨틀, 핵 등에 내부에 저장된 18억5천만 Gt에 비교하면 0.002%에 불과하다. 사실상 지구의 탄소 대부분이 내부에 저장된 셈이다.
DCO 연구팀은 세계 각지의 암석 샘플에서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해 땅과 바다, 대기 중의 탄소 순환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분석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대형 화산 폭발이나 공룡 대멸종을 초래한 소행성 충돌 등 "재앙적 혼란"이 없을 때는 수십만 년 단위로 탄소순환을 통해 대기 중 온실가스인 CO₂를 자율적으로 조절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약 6천600만년 전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반도 인근 칙술루브에 소행성이 떨어져 공룡은 물론 지구상의 생물 4분의 3을 멸종시켰을 때 방출된 CO₂가 425~1천400 Gt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인간 활동으로 내뿜은 CO₂가 37 Gt인 것을 고려할 때 재앙적 CO₂ 방출의 하한선이 10~12년간 방출한 총량과 맞먹는 셈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이 화산에서 내뿜는 CO₂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처럼 제시하고 있지만, 화산과 마그마 활동 지역에서 내뿜는 CO₂는 0.28~0.36 Gt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구 역사에서 대기 중 CO₂ 농도가 지금보다 높았던 적이 자주 있었지만 재앙적 사건을 제외하곤 모두 수십만 년에 걸쳐 서서히 높아졌다는 점도 역설했다. 인간 활동이 만들어낸 CO₂ 증가처럼 불과 몇백년 사이에 3분의 2가량 급증한 적은 유례가 없다는 것이다.
아칸소대학 지질학과 셀리나 수아레스 부교수는 AFP통신과의 회견에서 인간 활동으로 내뿜어지는 CO₂는 과거에 대멸종을 촉발한 탄소 쇼크 때와 "같은 규모"라면서 "우리가 탄소 재앙 때와 같은 수준에 있다는 것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구가 항상 스스로 균형을 되찾아 왔다는 기후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장은 맞지만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인간에게는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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