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추진 '홍콩 인권법' 통과에도 영향 미칠 듯
美 정가 "시진핑은 현대판 마오쩌둥", "中 축하한 트럼프 혐오스럽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국경절에 홍콩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18세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으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고조하고 있다.
국경절에 홍콩 췬완 지역에서는 경찰에 쇠막대기를 휘두르던 시위 참여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의 18세 남학생으로 확인된 이 시위자는 병원에서 탄환 적출 수술을 받았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등에 소속된 공화당 의원 21명은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홍콩 경찰과 중국 중앙정부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이 30년 전 학살(1989년 톈안먼 시위 유혈진압)이 일어났던 톈안먼 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할 때 홍콩에서는 고등학교 2학년생이 바로 옆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절대권력을 달성하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지 심각하게 보여준다"고 밝혔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전날 내놓은 성명에서 "(시위대의) 폭력에 대해서는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지만, 실탄 사용은 과잉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만 한다"며 홍콩 경찰의 실탄 사용을 비판했다.
유럽연합(EU)도 "집회의 권리와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계속해서 유지돼야 한다"며 모든 당사자가 긴장 수위를 낮추고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홍콩 고교생 피격 사건은 중국 정부의 강력한 반발을 부르고 있는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의 미국 의회 통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홍콩은 중국과 달리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미국의 특별대우를 받고 있다.
이 법안은 홍콩의 기본적 자유를 억압한 데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내용도 담았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달 말 미 의회 외교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이달 중순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치 매코널 미국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하원 공화당 지도부인 리즈 체니 의원, 릿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 등 최근 들어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과 중국 정부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의원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여기에 전날 고교생 피격 사건까지 일어나 비판 여론이 고조하면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의 통과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릿 스콧 의원은 최근 홍콩 시위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과 민주 인사들을 두루 만난 후 "자유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홍콩 시민들을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미국 워싱턴 정가에서는 홍콩 시위를 탄압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이를 방관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기본적인 자유를 지키려는 홍콩 시위대에 무력을 사용한 것은 신중국 건국 70주년에 음울하게 걸맞는 일"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시진핑의 중국은 신장 위구르 강제수용소, 첨단 방화벽, 정보의 흐름을 차단하는 검열, 국가의 광범위한 감시, 공산당의 사회정치적 통제 등 '현대판 마오쩌둥 시대'"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료는 홍콩 시위 참여자가 경찰의 총격을 당한 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신중국 건국 70주년 축하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지극히 혐오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 관료는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그는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 자유를 위해 분명하게 말할 책임이 있다"며 "왜 그가 이러한 말을 할 모든 기회를 놓치는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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