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케이블TV 인수 앞두고 알뜰폰·유선시장 악영향 논란(종합)

입력 2019-10-03 12:15  

이통사, 케이블TV 인수 앞두고 알뜰폰·유선시장 악영향 논란(종합)
"LGU+, CJ헬로 인수 알뜰폰 고사 우려" vs LGU+ "중소업체 중심 알뜰폰시장 형성"
"SKT 지배력 전이 차단해야" vs SKT "7년간 이통 점유율 8.9%P↓지배력 소멸"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케이블TV 업계 1위 CJ헬로와 2위 티브로드가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에 각각 인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알뜰폰과 유선상품 시장이 위축되거나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통신업계와 당국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0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 결론을 낸 데 이어 1일에는 SKT의 티브로드 인수에 대해 조건부 승인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오는 16일 LG유플러스와 CJ헬로 간 기업결합 건을 심의·의결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승인 절차가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가 이통사의 케이블TV 인수를 조건부 승인한 데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종 승인하면 유료방송 업계는 1강 4중 체제에서 이통사 위주의 3강 체제로 개편된다.
작년 6월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KT·스카이라이프계열이 31%로 1위를 지킬 수 있지만, LG유플러스·CJ헬로(24.5%),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23.8%)와 격차가 크게 좁혀진다.
공정위가 합병 대상 이통사와 케이블TV 유통망 간 교차판매를 3년 정도 제한하는 등 조건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케이블TV·IPTV 등 유선상품·알뜰폰 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SKT의 이통시장 지배력이 유선상품 시장으로 전이돼 방송·통신시장의 공정경쟁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005~2017년 이통3사의 누적 영업이익 비중을 보면 SKT 80%, KT 18%, LG유플러스 2%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SKT가 SK브로드밴드 초고속인터넷·IPTV를 결합 판매하기 시작한 2010년 SKT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점유율은 2.3%였지만 작년 13.4%로 급증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위탁판매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가 SK텔레콤 유통망에 지급해야 하는 판매수수료 등을 SKT가 대납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SKT의 결합판매에 따른 지배력 전이가 가입자 고착화에 따른 소비자 선택권 제한, 단품가격 경쟁 저해, 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 후생 저해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3위 이통사인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지배력 전이 문제는 없지만 알뜰폰 시장이 고사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뜰폰 1위인 CJ헬로가 알뜰폰 최초 LTE(4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제공, 반값요금제 출시 등을 통해 혁신과 경쟁을 주도하는 독행기업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LG유플러스에 인수되면 독행기업 소멸에 따른 경쟁 약화, 대표사업자 상실에 따른 알뜰폰 산업 쇠락, 10년 알뜰폰 활성화 정책의 후퇴가 초래될 수 있다는 걱정이다.
LG유플러스가 상반기 말 기준 가입자 76만2천명을 보유한 CJ헬로 알뜰폰을 인수하면 이통사의 알뜰폰 가입자는 1사당 평균 98만2천명으로 늘어나고, 독립계 알뜰폰 업체의 평균 가입자는 13만2천명 수준으로 줄어든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T가 자회사인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IPTV 위탁판매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전이했다는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2위 케이블TV사를 합병하면 방송통신 전반이 SK그룹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CJ헬로 알뜰폰이 이통사 자회사로 편입되는 경우도 이통시장이 이통3사와 이들의 알뜰폰 자회사 위주로 재편돼 경쟁활성화 정책에 역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 인수 이후에도 유료방송 시장에서 3위에 불과하고 KT가 절대 1위"라며 "결합상품 판매가 본격화된 2011년 이후 7년간 SKT의 이통 점유율이 8.9%포인트 하락했지만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 점유율은 1.9%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지배력 전이가 아닌 지배력 소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내부에서는 오히려 공정위가 교차판매를 금지한 것이 일체가 되기 위한 합병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고객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는 항변의 목소리도 나온다며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국내 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더 관심을 갖고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LG유플러스 측은 "알뜰폰 시장이 대형 업체 위주가 되는 것은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며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중소업체가 약진하는 형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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