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보도…새 연정에 악재, 회동 적법성 의회 조사 가능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로버트 뮬러 전 특별검사의 수사 착수 경위를 조사하는 미 법무장관이 이탈리아 정보당국 수장을 최소 두차례 은밀하게 만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비밀 회동은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미국 정국 위기의 불똥이 이탈리아 정계로까지 옮겨붙을지 주목된다.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레 세라는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이 지난 8월 중순과 지난달 말 로마에서 이탈리아 정보기관 책임자인 젠나로 베키오네를 비밀스럽게 만났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키오네는 국가안보 관련 국내외 첩보 및 정보를 총괄 수집·관리하는 인물이다.
이 비밀 회동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착수의 경위 파악에 나선 미 법무부의 정보 수집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신문은 전했다.
바 장관은 첫 회동에 단독으로 참석했으나, 두 번째는 미 법무부 조사 책임자인 존 더럼 코네티컷주 연방 검사장을 대동했다고 한다.
바 장관은 더럼 검사장이 동석한 자리에서 이탈리아 측에 조사 관련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회동에선 로마 소재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한 몰타 국적의 조지프 미프수드 관련 정보도 비중 있게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관리와 연계된 미프수드는 미 대선 전인 2016년 조지 파파도풀로스 당시 트럼프 캠프 외교정책 고문에게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흠집이 될 만한 이메일 수천통을 갖고 있다'는 정보를 준 인물이다.
신문은 특히 이 비밀 회동이 콘테 총리의 승인 아래 이뤄져 논란이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이탈리아의 정보기관은 총리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콘테 총리가 사전에 회동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회동에서 논의된 내용을 사후 보고받았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탈리아 정가에서는 예상치 못하게 전개된 이번 사태가 오성운동-민주당이 손잡고 출범시킨 연립정부의 향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정보기관 등을 관할하는 의회 정보통제위원회가 이번 회동의 적법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콘테 총리와 베키오네는 보도 내용에 대해 현재까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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