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서 근무환경 개선 요구 '분노의 행진'…주최측 추산 2만7천명 모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경찰관들이 근무여건 개선과 충분한 연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2일(현지시간) 파리 시내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2만7천여명이 집회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돼 프랑스 경찰의 장외 집회 규모로는 20여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2일 프랑스 경찰노조 '알리앙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파리 시내 바스티유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이어진 경찰관들의 '분노의 행진'에는 오후 5시 30분 현재까지 누적 인원으로 약 2만7천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프랑스에서 경찰관의 장외집회 규모로는 2001년 이후 가장 크다고 프랑스 언론들은 전했다.
집회에서 경찰관과 이에 동조하는 일부 시민들은 경찰의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열악한 근무환경에 항의하며 정부에 근로조건 개선, 복지 확충, 은퇴 경찰관을 위한 추가 대책 마련, 범죄자 처벌 강화 등을 요구했다.
프랑스 경찰 사회에서는 특히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금체제 개편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퇴직 연금 수령액이 대폭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집회에서 일부 경찰관들은 올 한해 과로와 심한 스트레스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50여명의 경찰관을 상징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현직 경찰관 52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동료 경찰관들을 기려 흰색 마스크를 쓰고 행진하는가 하면, 죽음을 상징하는 50여 개의 검은색 종이판을 들고 행진하는 경찰관들도 있었다.
경찰노조의 대규모 장외집회를 통제한 것은 일반적으로 시위진압을 담당하는 국립경찰(Police Nationale) 소속 경찰관이 아닌 군인경찰대(Gendarmerie Nationale) 대원들이었다. 프랑스에서 군인경찰대는 일상적으로는 경찰과 거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며 군과 경찰의 중간 형태의 조직이다.
경찰노조 '알리앙스'의 파비앙 바네멜리크 사무총장은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늘 집회는 성공적이었다"면서 "정부의 구체적 조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경찰관들은 작년 12월에도 근로 조건 개선과 경찰관 충원,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태업과 장외집회를 파리 시내에서 개최한 바 있다.
특히 경찰들은 작년 하반기부터 '노란 조끼' 연속시위가 매주 이어지며 대규모 집회경비에 계속 동원되자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해왔다.
작년 말 경찰관들의 집단행동이 조직적으로 이뤄질 기미를 보이자 내무부는 경찰노조와 협상에 나서 올해부터 경찰관의 월 기본급여를 단계적으로 120∼150유로(15∼20만원) 인상하기로 했다.
경찰관들이 작년 집단행동에 이어 이날 2001년 이후 최대 규모의 장외집회를 열자 프랑스 정부도 긴장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이날 공영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경찰관의 은퇴연금을 새로 설계할 때 직업의 위험성 등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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