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 "환경규제 급증에 기업들 내용 파악도 허겁지겁"

입력 2019-10-03 11:00  

무협 "환경규제 급증에 기업들 내용 파악도 허겁지겁"
사업장 허가취소·폐쇄명령 속출…"규제 준비시간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환경규제가 매년 증가하면서 기업 10곳 중 7곳은 대응은커녕 규제내용 파악조차 힘겨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3일 발표한 '기업 현장방문을 통한 환경규제 합리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환경부가 새로 도입한 규제는 509건이며 기존 규제도 매년 30~80건씩 강화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환경규제 강화는 화학물질 배출사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 등으로 환경오염물질에 대한 국민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기업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 환경규제로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이 꼽혔다.
무협이 지난 8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 100곳 중 68곳이 '규제 내용 파악이 어렵다'고 답해 매년 신설·강화되는 규제가 경영에 큰 부담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비용 부담(65개사)', '내부 전문인력 부족(56개사)' 순이었다.
주요 규제의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공포 이후 시행까지 평균 소요기간도 각각 5일과 10일에 불과했다.
설문 응답기업의 71%가 규제 제·개정 과정에서 정부와 협의가 잘 안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규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시험 및 인증, 설비 투자, 신규 인력 배치, 컨설팅 등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규제 이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같이 인프라도 제대로 못 갖춘 상황에서 규제가 먼저 시행되다 보니 국내 사업장에 대한 지도·단속 강화로 다수의 업체가 허가취소나 폐쇄명령 조치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해 가장 강력한 처벌인 허가취소(478건)와 폐쇄명령(609건)은 2014년에 비해 각각 476%, 124%씩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지도·개선보다 처벌 위주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그렇다고 규제강화가 환경기술개발 등 관련 산업 활성화로 연결되지도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거나 신설되면 기업은 규제 대응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게 되므로 관련 환경산업의 매출이 증가한다. 또 오염물질 저감 등 규제대응 기술이 개발·보급되는 선순환 시장이 형성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대기관리산업 환경부문 매출액은 2013년에 6조원에서 2017년에 5조5천억원으로 오히려 9% 감소했다.
국제무역연구원 장현숙 연구위원은 "정부는 신설·강화된 규제의 준비기한을 충분히 보장해 기업의 규제이행을 돕고 관련 인프라를 사전에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면서 "환경과 기술 개발을 동시에 고려한 실효성 있는 법규의 제·개정 노력, 환경법규 해설서 발간, 환경규제 우수 이행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전문 컨설팅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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