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가격 폭등' 양파 수출금지…방글라데시 등 주변국 아우성

입력 2019-10-03 11:39  

인도 '가격 폭등' 양파 수출금지…방글라데시 등 주변국 아우성
양파 가격이 정권 지지도 직결…11월 중순 돼야 가격 하락 예상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 정부가 올여름 양파 생산지에 폭우가 내려 가격이 급등하자 지난달 29일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이에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등 주변국 양파 가격이 덩달아 치솟으면서 대체 수입국을 찾는 등 아우성치고 있다.



3일 AF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인도의 양파 가격은 100㎏당 4천500루피(7만6천원)로, 6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소비자 가격을 보면 7∼8월에는 킬로그램당 20∼25루피(340원∼425원)였으나 9월에는 최고 80루피(1천358원)까지 올랐다.
양파는 한국인이 김치를 먹듯 인도인들이 주된 반찬으로 먹을 뿐 아니라 비리아니(볶음밥의 일종), 바지(야채 볶음) 등 많은 음식에 재료로 사용돼 소비자나 농민 모두 가격 변동에 예민하다.
인도에서는 양파 가격이 곧 정권 지지도에 직결되기에, 하필 양파가격이 급등할 때 선거가 있으면 집권당에 불리하다.
1980년 총선과 1998년 델리 주의회 선거에서 당시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패배한 이유는 양파가격 대응 실패로 소비자가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지난 선거에서 농민들 표를 얻기 위해 'TOP' 가격 안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TOP은 토마토(tomato)와 양파(onion), 감자(potato)를 뜻한다.



인도가 국내 가격 안정을 위해 양파 수출을 금지하자, 주변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인도의 양파 수출량은 220만t으로, 이는 모든 아시아국가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방글라데시는 양파 수요의 3분의 2는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인도에서 수입한다.
인도의 수출 중단으로 방글라데시 현지 양팟값은 평소 킬로그램당 30타카(430원)에서 130타카(1천863원)로 치솟았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미얀마와 터키, 중국, 이집트에서 급히 양파를 수입하기 위해 나서는 한편 양팟값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나섰다.



방글라데시 무역공사(TCB) 대변인은 "양파를 수입할 수 있는 가능한 모든 옵션을 찾고 있다"며 "최단 시간 내 수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파를 인도에서 수입하면 며칠이면 도착하지만, 이집트에서는 한 달, 중국에서는 25일이 걸린다.
스리랑카의 양파 가격 또한 1주일 새 50% 올라 킬로그램당 300루피(2천원)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의 소비자들은 도매업자들이 양파를 사재기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지 식당에서는 샐러드와 함께 무료로 제공하던 양파를 없애는 등 양파 사용 자체를 줄이고 있다.



주변국들은 조속히 인도의 양파 수출이 재개되길 기대하지만, 11월 중순까지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인도 양파 수출업자 협회 아지트 샤 회장은 "여름에 심은 양파가 시장에 출시되기 전까지 의미 있는 가격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격이 내려가면 수출을 재개할 수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가 수출을 재개할 때까지 아시아에 공급이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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