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원국 산업계, 고용위축 등 우려 제기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결정에 따라 EU 제품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맞대응을 예고했다.
WTO가 전날 EU가 에어버스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한 책임을 물어 미국이 연간 75억달러 규모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승인하면서 미국 측이 징벌적 관세 조처에 나서고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EU 수출품에 대해 부가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결정을 한 데 대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징벌적 관세가 미국의 소비자와 기업들에 가장 타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이 (징벌적 관세와 같은) 대응 조처를 한다면 EU도 그렇게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EU와 무역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에 들어가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미 행정부가 프랑스와 EU가 내미는 손을 거절한다면 우리는 제재에 대한 대응조치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지명자는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외국기업에 대해 징벌적인 과세를 조속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혀 구체적인 맞대응 수단을 제시했다.
EU 회원국의 산업계에서도 미국의 조처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다.
독일산업연맹 측은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많은 산업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코틀랜드 위스키 연합 측은 미국이 싱글 몰트 위스키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면 고용과 투자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유감을 나타냈다.
스페인의 식음료산업협회 측도 미국의 징벌적 관세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AP와 AFP통신 등은 전날 USTR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이 EU로부터 수입하는 항공기에 10%, 농산물과 공산품을 포함한 다른 품목에는 25%의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항공기 부품은 제외된다.
구체적인 관세 부과 품목은 늦어도 3일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미국과 EU는 에어버스 보조금을 둘러싸고 15년간 WTO에서 공방을 벌여왔다.
미국은 2004년 EU의 보조금 지급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제소했고, WTO는 EU가 1968년부터 2006년까지 에어버스에 180억 달러(약 21조7천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했다고 판정했다.
EU도 미국 항공사 보잉에 대한 미국의 보조금 지급과 관련해 WTO로부터 보복 관세 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나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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