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색전 후 5일 본격 실무협상…北 대표단 전날 스웨덴 도착
(스톡홀름=연합뉴스) 김정은 특파원 = 북한과 미국이 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둘러싼 협상을 위한 예비 접촉에 들어간다.
북미는 5일 예정된 실무협상에 앞서 이날 스톡홀름에서 먼저 예비 접촉을 통해 탐색전에 나선다.
양측은 오전 10시께(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회동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장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북미는 이번 만남에서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관계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이행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를 비롯한 북한 대표단은 이를 위해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항공편으로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미국 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조만간 스톡홀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접촉에 누가 나설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비접촉에서는 비건 대표와 김 대사가 상견례를 겸해 직접 나올 수도 있지만, 차석대표급 인사가 나와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일정과 회담 방식 등을 논의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북한에서 권정근 전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이, 미국에서는 마크 램버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부대표가 예비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예비접촉 과정에서 서로의 기본 입장을 교환할 수도 있는데, 이때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되면 5일 실무협상이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미 모두 오랜만에 마주 앉을 기회를 잡은 만큼 이를 외면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예비접촉 장소와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함구하고 있다. 북미가 아예 접촉 자체를 비공개로 한 적은 있지만, 일정은 밝혀놓고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협상 자체에 집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미 양측 모두 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 없어 외부 노출을 부담스러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북한은 대표단을 이끄는 김 대사의 동선도 철저히 숨기고 있다.
이 때문에 스톡홀름에서는 공항에서부터 주스웨덴 북한대사관에 이르기까지 북한 대표단과 이들의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취재진의 숨바꼭질이 이어졌다.
실무협상은 5일 하루로 잡혔지만,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대표단은 실무 협상을 마친 뒤 러시아 모스크바를 경유해 7일 베이징으로 돌아와 평양으로 복귀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협상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이번 협상은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충격을 딛고 비핵화 협상에 다시 돌파구가 열리느냐, 아니면 이대로 좌초 위기에 직면하느냐의 중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협상에서 일정한 성과가 도출된다면 연내 북미 3차 정상회담 개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협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7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북한과 미국 모두 비핵화 접근 방식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는 눈에 띄는 징후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최근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들고 오라며 그렇지 않으면 협상이 파국을 맞을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를 해왔다. 북한이 원하는 '새로운 계산법'이란,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를 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합의해 이행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의 최종상태가 무엇인지 협상의 목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북한의 '단계적 합의'와는 차이가 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