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배신자' 낙서…간디 비판해온 힌두 강경파 소행 가능성 제기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인도 독립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탄생 150주년 기념일 당일에 그의 유해 일부가 인도 중부 기념관에서 도난당하고 사진도 훼손됐다.
3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전날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레와의 바푸 바완 기념관에 안치돼 있던 간디의 유해 일부가 사라졌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기념관 벽에 걸린 간디의 사진에는 '배신자'라는 단어가 초록색 페인트로 칠해져 훼손됐다.
바푸 바완 기념관 관리인 망갈딥 티와리는 현지 언론에 "간디 탄생일이라서 아침 일찍 기념관 문을 열었는데, 당일 오후 11시께 돌아와 보니 간디의 유해가 사라지고 사진이 훼손돼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현지 지역당 당수인 구르미트 싱은 "이 광기는 반드시 멈춰야 한다"며 경찰에게 기념관에 설치된 CCTV를 확인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단순 절도를 넘어 국민 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치안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1869년 10월 2일 태어나 올해 탄생 150주년을 맞은 간디는 인도 민족운동 지도자로 인도 현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꼽힌다. 그는 1948년 1월 30일에 암살로 생을 마쳤다.
인도는 간디 탄생일을 국경일로 지정하고 간디의 유해를 각지의 기념관에 나눠 안치하며 그의 사상과 삶을 꾸준히 되새기고 있다.
그러나 일부 힌두 강경파는 간디가 독실한 힌두교 신자이면서도 파키스탄 등 이슬람권까지 포용하려고 했던 점을 들어 "힌두교를 배신했다"며 손가락질해왔다.
이들은 나아가 인도와 파키스탄이 1947년 영국에서 분리 독립한 뒤 유혈 분쟁을 빚은 데에도 간디의 책임이 있다며 비판하고 있다.
간디의 암살범 역시 극우 힌두교도였다.
간디의 암살 71년째를 맞은 올해 초에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인형에 간디의 초상을 걸어 놓고 암살 '축하 이벤트'를 벌인 힌두교도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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