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원들, 주일대사관 국감서 '즉위행사' 집중 거론
남관표 주일 대사 "즉위 의식에 한국서 누가 참석할지 미정"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아주반(반장 윤상현)은 4일 주일한국대사관을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작년 10월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악화한 한일 관계 와 개선 방안 등을 놓고 집중적인 질의를 벌였다.
특히 김부겸·박병석(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반장을 맡은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자유한국당) 등은 오는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행사를 계기로 한일관계의 적극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첫 번째 질의에 나선 김부겸(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왕 즉위 의식을 잘 활용하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방일을 염두에 두고 파격적인 수준의 인사가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에 대한 남관표 대사의 의견을 물었다.
이에 남 대사는 한일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양국 간 정상 회의가 있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말해 왔다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방일할 경우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남 대사는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일왕 즉위 의식에 누가 참석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 대사는 현재 한일 관계의 심각도는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 나올 때를 0으로 놓고 보면 3~4 정도가 될 정도로 엄중한 상황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이미 문 대통령 뜻을 전달할 특사가 2차례 방문해 일본 측 파트너를 만났지만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 다시 한번 허심탄회하게 논의해 큰 틀의 방향을 확정할 '특사' 카드를 활용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박 의원은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2차례 특사 파견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각의 결정을 하기 전인 지난 7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도쿄를 비밀리에 방문해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당시 국가안보국(NSS) 국장을 만나 협상을 벌였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야치 국장이 물러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최측근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이 NSS 국장으로 발탁됐다며 특사 카드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어제 호텔에 가보니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보낸 화과자(일본과자)가 있었다"면서 "서 원장이 조속한 해결을 위해 뛰고 있구나 하고 직감했다. '정의용-야치' 라인보다 '서훈-기타무라' 라인이 낫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윤 의원은 일왕 즉위 의식일을 1차 반환점으로 삼아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즉위 행사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하는 인사도 "이왕이면 고위층일수록 좋을 것"이라며 이에 대한 남 대사의 견해를 물었다.
남 대사는 한일 간의 현안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인사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윗선에서 고려할 사안이 많을 것이라며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지난 8월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놓고는 윤 의원이 종료 결정 전에 주일대사관이 의견을 제시했는지를 따졌다.
이에 남 대사는 "전반적인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안보 분야에서의 신뢰가 깨져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긴 하지만 종료 사태는 한일 양국관계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김무성(자유한국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이룬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세워진 화해치유재단을 해산시킨 것에 대해 "이때부터 한일 관계가 나빠지기 시작했다"며 "현 정부가 반일감정을 조장해 최대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문 대통령도 아베 총리도 가상의 적을 만들어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있고 그 피해를 국민들이 본다"며 "문 정부를 지지하는 재일동포들도 힘들어 절규하고 있다. 문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서 만들어 보낼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남 대사는 "동포들이 겪는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면서 "다른 의견도 있긴 하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풀기 위한 노력을 여러 방면에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송영길(민주당) 의원은 "위안부 합의로 받은 10억엔을 왜 일본에 안 돌려주느냐"면서 국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그 돈을 반환하라고 주문했다.
송 의원은 또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대법원 주문 취지가 일본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면서 한국 측 입장이 적극적으로 일본 언론에 보도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심재권(민주당) 의원은 일본이 태평양으로 방류를 검토하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처리 문제와 관련, 다른 태평양 연안 국가 및 국제환경 단체들과 힘을 합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또 아베 정부의 무상교육 대상에서 친(親)북한 성향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계열 조선학교가 배제되는 것에 대해 "유엔 차원에서도 아동협약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시정을 요구하는 사안"이라며 한국대사관도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