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美당국자 첫 증언…탄핵공방 가열

입력 2019-10-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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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스캔들' 연루 美당국자 첫 증언…탄핵공방 가열
"美외교관들, 우크라 정부에 발표문까지 써줘" 추가폭로도 잇따라
백악관, 하원 전체표결 요구하며 '탄핵조사 협조 거부' 움직임
트럼프 "중국도 바이든 조사해야"…확전 불사 정면돌파 시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정부 당국자가 처음으로 의회 증언대에 선 것을 계기로 정치권 공방이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는 3일(현지시간) 미 하원에 출석해 거의 10시간에 걸쳐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진술을 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내부고발 문건에 본인이 거명되자 지난달 사임한 볼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시작한 미 하원에서 증언한 첫 국무부 인사다.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를 수사하라고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매체들도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연일 추가 의혹을 폭로하며 트럼프 대통령 측을 더욱 코너로 몰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절차상 문제를 들어 탄핵 조사를 지연시키려는 시도에 나서는 한편, 중국 정부에도 바이든 부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는 등 확전을 불사하며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 '트럼프 탄핵 조사' 나선 美 하원, 첫 증언 청취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에 따르면 볼커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의 말만 믿고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을 제기하는 것을 경고한 바 있다고 이날 하원에서 증언했다.
그는 줄리아니와 접촉해 온 유리 루첸코 전 우크라이나 검찰총장 등을 신뢰하기 힘들다면서 그들이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지 말라고 줄리아니에게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줄리아니는 바이든이 아들 헌터가 이사로 있던 에너지 회사에 대한 수사를 막으려고 2016년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의 퇴진을 압박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수사를 거듭 압박한 뒤 줄리아니 등이 전화를 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볼커 전 대표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4억 달러(약 4천800억원) 규모 군사원조를 동결하라고 지시했던 것에 대해서도 이례적 상황이었지만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른 주요 외교관들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볼커 전 대표가 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윌리엄 테일러 주니어 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9월 볼커 전 대표와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에게 "선거 운동을 위해 군사원조를 보류한 것은 미친(crazy) 짓이라고 생각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 "美외교관들, 우크라이나에 발표문까지 써줘"…폭로 잇따라
볼커 대표가 의회에서 증언한 이날 그를 비롯한 미국 외교관들이 바이든 부자 조사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내놓을 발표문까지 대신 써주며 압박을 가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볼커 전 대표와 선들랜드 대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측근과 함께 지난 8월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부자의 부패 의혹 조사에 협력한다'고 선언하는 내용의 발표문 초안을 작성했다.
이면에서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관련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볼커 전 대표 등은 이런 작업의 배경에 줄리아니가 있다고 여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줄리아니는 발표문 초안을 작성하는 것은 알았지만 자신의 요청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발표문을 공표하지는 않았다. 미국 국내 정치에 얽히는 상황을 피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줄리아니가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의 경질에 관여하면서 사실상의 '비선 실세' 행세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해 줄리아니 등이 수개월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바노비치 전 대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특히 줄리아니는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적 권위를 약화시키고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에 대한 조사 노력을 방해한다면서 경질을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인 2016년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결국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올해 5월 교체됐다.
이에 대해 줄리아니는 "그가 사적인 대화에서 반(反)트럼프적 편견을 내보인 데 대한 불만이 지지자들 사이에 확산하고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트럼프 "中도 바이든 조사해야"…확전 불사하며 논란 돌파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민주당 주도의 하원 탄핵조사를 저지하는 데 안간힘을 쏟으면서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해 역공을 가했다.
먼저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투명하고 공평한 규칙과 절차"가 마련될 때까지 탄핵 조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불행히도 당신은 탄핵 조사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언급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미 연방헌법이 하원의 대통령 탄핵 권한을 규정하면서 구체적 절차를 명기하지 않은 점을 이용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은 하원이 탄핵 조사를 개시하려면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표결을 먼저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도 전체 표결을 거치지 않는다면 탄핵 조사와 관련한 의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서한을 이르면 4일 펠로시 의장에게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매카시 원내대표에게 보낸 답장에서 "헌법이나 하원 규정 및 전례에는 탄핵 조사를 위해 모든 의원이 참여하는 표결이 필요하다는 요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에 대한 조사를 공개적으로 촉구하면서 오히려 민주당에 맞불을 놨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무보수 이사로 있던 중국 상품 투자 펀드인 BHR 파트너스가 2013년 바이든 당시 부통령의 방중 직후 국영 중국은행에서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는 의혹을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이 과정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아들 헌터가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언급한 것은 탄핵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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