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민주국가 안가리고 '빅브라더 기술' 확산한다"

입력 2019-10-06 09:00  

"독재·민주국가 안가리고 '빅브라더 기술' 확산한다"
지구촌 AI감시 실태 보니 민주국가가 더많이 도입
한국도 주요 활용국…급속확산 동력은 일대일로·화웨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차세대 기술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시민·사회 감시가 지구촌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보고서 'AI 감시의 글로벌 확장'을 보면 조사 대상인 전 세계 176개국 가운데 최소 75개국에서 감시를 목적으로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은 ▲ 실시간 정보를 이용한 도시관리 플랫폼 구축 ▲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 ▲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범죄예방 알고리즘 작성을 감시 목적의 AI 기술 활용으로 규정했다.
주요 활용국으로 지적된 75개국에는 권위주의 국가들뿐만 아니라 인권, 법치, 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수호하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도 대거 포함됐다.
한국은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등 다른 자유 민주주의 국가와 함께 3대 AI 감시기술을 모두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의 자유도가 가장 낮은 폐쇄적 독재국가로 분류된 곳들 가운데는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 세 기술을 모두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AI 감시기술은 전문가들이 일반적으로 파악하는 것보다 빠르고 넓게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사회를 밀착 감시하는 '빅브라더 기술'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활용도가 더 높다는 조사 결과도 소개됐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된 곳의 51%가 AI 감시체계를 동원하는 반면 폐쇄적 독재국가에서는 그 비율이 37%에 머물렀다.
러시아처럼 형식적 선거제도가 있는 권위주의 국가, 이스라엘처럼 자유가 제한적인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똑같이 41%가 AI 기술을 감시에 접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AI 감시기술의 주요 사용자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지만 독재국가의 정부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보다 AI 감시를 더 쉽게 남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AI 감시기술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배경에는 중국 기술기업들의 왕성한 영업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시 목적으로 AI 기술을 쓰는 75개국 가운데 50개국은 중국의 간판 다국적기업이자 세계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기술을 받아들였다.
하이크비전(15개국·중국), NEC(14개국·일본), IBM(11개국), 팔란티어(9개국·이상 미국), ZTE(9개국·중국), 시스코(6개국·미국)가 그 뒤를 따랐다.
재단은 중국의 글로벌 확장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가 AI 감시기술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냐, 라오스, 몽골,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등 첨단기술에 접근할 수 없는 국가들까지 일대일로 덕분에 후한 차관과 함께 AI 감시기술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은 IBM과 같은 미국 기업들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일본 기업들도 AI 감시기술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캐나다, 이스라엘, 뉴질랜드, 대만, 스위스 등과 함께 중국의 AI 감시기술을 받아들이지 않은 국가로 분류됐다.
재단은 AI 감시기술의 확산이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표적 구성원들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으며, 민주국가에서는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시민권을 침해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각국 정부는 이런 의문에 답하고 새로운 감시도구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투명성을 더 완전하게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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