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업황지표 줄줄이 후퇴…내년 전망도 '먹구름'

입력 2019-10-06 07:10  

주요국 업황지표 줄줄이 후퇴…내년 전망도 '먹구름'
미국·독일 등 PMI 급락…"美中 경기둔화, 한국도 영향"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정수연 기자 = 미중 무역갈등으로 대표되는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과 세계 주요국의 실물경제 둔화세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초 발표된 세계 주요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줄이어 수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PMI는 경기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구매담당 임원들을 상대로 신규수주, 재고, 생산, 인력사정 등을 설문한 결과를 지수화한 경제지표다. 50보다 크면 확대 국면을, 50보다 작으면 위축 국면을 나타낸다.
앞서 미 공급관리협회(ISM)가 1일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전월 49.1에서 47.8로 하락했다.
2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을 밑돈 데다 2009년 6월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경기침체 우려를 키웠다.
뒤이어 발표된 ISM의 미국 서비스업 PMI(52.6)도 2016년 8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이 같은 날 발표한 유로존의 9월 합성 PMI는 전월 확정치 51.9에서 50.1로 떨어지면서 2013년 6월 이래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합성 PMI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경기동향을 함께 반영한 지표다.
유럽 경제의 주요 축인 독일의 9월 합성 PMI는 전월 51.7에서 48.5로 떨어지며 2013년 4월 이후 처음으로 50선 밑으로 떨어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9월 제조업 PMI는 49.8로 전월의 49.5보다는 다소 높아졌지만 기준선인 50을 밑돌면서 5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지속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16개국(G20에서 유럽연합 의장국·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사우디아라비아 제외) 중 제조업 PMI가 50을 하회하는 국가가 7월 기준 13개국(81%)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2년 6월 유럽재정 위기 때의 비중(50%)을 넘어선 수치다.
미중 양국은 이달 10일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무역협상을 위한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본질적인 갈등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인식이 강하다.

주요 경제전망 기관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직전 전망 때보다 0.4%포인트 낮췄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낮은 2.0%로 제시했다.
중국의 내년 성장률은 종전보다 0.3%포인트 낮춘 5.7%로 전망됐다. 이 역시 올해(6.1%)보다 둔화할 것이라는 판단이 반영됐다.
한국의 경우 내년 성장률이 2.3%로 올해(2.1%)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OECD는 전망했다.
OECD 외에도 정부(올해 2.4∼2.5%, 내년 2.6%)와 한국은행(2.2%, 2.5%)을 비롯해 한국개발연구원(2.4%, 2.5%), 현대경제연구원(2.1%, 2.3%) 등 한국경제의 내년 상황이 올해보다 나아지리라 보는 기관들이 아직은 많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대내외 경제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내년에도 경기가 개선될 기미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어두운 관측이 속속 나온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도 한국의 성장률이 1.8%로 올해(2.0%)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2020년 세계 경기가 올해보다 악화할 것이란 게 주요 근거다. 반도체 경기 반등도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몇 년간 호황을 누린 미국도 무역분쟁의 악영향이 이제 본격화해 나타날 것"이라며 "중국도 재정 확대만으로는 무역분쟁의 여파를 막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중국 경제가 내년 들어 더 안 좋아지면 한국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 정책 측면에서도 경기 반등을 이끌만한 계기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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