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달라지는 것 없어" 거부 의사…법정 공방 갈 듯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탄핵 조사를 벌이고 있는 미 하원이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녹취록 등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소환장은 탄핵 조사를 주도하는 정보·외교·정부감독위 등 하원의 3개 상임위 위원장이 공동으로 발부했으며,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보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수사를 요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 7월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 녹취록과 통화에 참여했거나 도움을 준 백악관 직원 명단 등이 소환 대상으로 적시됐다. 제출 시한은 오는 18일까지다.
민주당 소속인 에덤 시프(정보위), 엘리엇 엥걸(외교위), 일라이자 커밍스(정보감독위) 위원장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와 국가를 이 지점에 이르게 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의 행동은 우리가 소환장을 발부하지 않을 수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 위원장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관련 문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들은 펜스 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냉혹한 메시지를 전달 또는 강화하는 데 있어 당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 조사 자체를 강하게 비판하는 백악관이 이번 소환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저녁 성명을 통해 "이번 소환장으로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며 "궁극적으로 대통령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더 많은 문서 요청 그리고 낭비된 시간과 국민 세금만 남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하원 정보위 등은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줄리아니는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줄리아니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통화 이후 우크라이나 측 인사와 직접 접촉을 가졌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제기한 미 정보기관 내부고발자는 줄리아니를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자료 제출을 둘러싼 하원과 백악관의 대치는 결국 법정 공방으로 넘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의회는 소환에 불응할 경우 민·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 응하지 않도록 가로막고 있다며 추후 탄핵소추안에 조사 방해 혐의도 추가하겠다는 방침이다.
k02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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