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 중고등 학교에 '학생 동태 파악' 요구해
홍콩 법원, 이달 내 복면금지법 시행 '기본법' 위반 여부 심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5일 0시부터 시행되면서 이에 따른 시위대 체포가 잇따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첫 체포는 5일 밤 10시 타이포 지역에서 마스크를 벗으라는 경찰의 요구에 불응한 시민 2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이를 포함해 이날 최소 13명이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복면금지법 반대 시위가 벌어진 전날에도 수십 명이 복면금지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복면금지법에는 공공 집회에서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조항뿐 아니라, 집회 참여 여부와 상관없이 경찰관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겼다.
이를 어기면 최고 1년 징역형이나 2만5천 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홍콩 온라인에는 10살 남짓으로 보이는 어린아이가 경찰에 체포되고, 여성 시위자가 경찰에 뺨을 맞는 사진과 동영상도 유포돼 시위대의 분노를 불렀다.
경찰은 전날 대학 당국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홍콩 중문대학과 침례대학에 각각 진입해 시위 참가 혐의를 받는 학생들을 검거해 학생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중문대학 측은 우려를 표하면서 경찰이 대학 교내에 진압할 경우 대학 당국과 우선 접촉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등교하는 8일부터 학생들의 동태를 매일 파악해 보고할 것을 중고등학교 교장들에게 지시해 범민주 진영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7일은 중양절 휴일이었다.
교육 당국은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 학생, 수업을 거부하는 학생, 비협조 운동을 벌이는 학생, '비정상적으로' 결석한 학생, 인간 띠 시위를 벌이거나 구호를 외치는 학생 등의 수를 파악해 보고하도록 했다.
교내에서 벌어지는 '특별한 사건'도 보고 대상이다.
이에 앞서 교육 당국은 지난 4일 각 학교에 공문을 보내 종교나 건강상 이유를 제외하고 교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홍콩 야당은 이러한 조치가 불필요할 뿐 아니라 각 학교에 부당한 압력을 넣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마스크' 쓴 홍콩인 대규모 시위…"임시정부 수립" 주장까지 / 연합뉴스 (Yonhapnews)
전날 데니스 궉 등 야당 의원 24명은 복면금지법이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과 인권법에 어긋난다며 고등법원에 복면금지법 시행을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달 내로 긴급 심리를 열어 복면금지법 시행이 기본법 등에 어긋나는지 심리할 방침이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는 법을 발의할 수 있지만, 법을 제정하는 것은 입법회의 몫"이라며 "이번 심리는 전체주의와 법치주의의 싸움과 같다"고 주장했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비상 상황 시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동의 없이 시위 금지 등의 법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홍콩 시위대는 이날 저녁에는 프린스에드워드 전철역에서 '송환법 반대 의사(義士) 추도식'을 열 예정이다.
지난 8월 31일 경찰은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은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했으며 그 결과 부상자가 속출했다.
경찰은 시위대 7명을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를 받게 했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경찰의 무차별 구타로 3명이 숨졌다고 믿는다. 정부가 수차례나 기자회견을 열어 시위대 사망을 부인했지만, 별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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