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업체 "입하전 판매처 결정, 영업 필요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산 위스키가 미국에서 인기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품귀나 품절이 빚어지기 일쑤다.
희귀품은 경매에서 100만 달러(약 11억9천600만 원)에 육박하는 초고가에 거래되기도 한다. 품귀나 품절사태가 다시 가격 급등을 부르는 등 말그대로 '거품' 상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바에서 산토리의 '야마자키 25년' 더블샷(60㎖)은 500달러 전후에 팔린다.
뉴욕 소재 증류주(spirits, 스피리츠) 전문바인 '카파 앤 오크(C&O)' 디렉터인 댄 니콜라에스크(40)는 iPAD 화면을 가리키면서 "이걸 좀 보라"고 말했다. '디캔터'라는 온라인 판매 사이트 화면이었다.
"'에센스 오브 산토리위스키(知多蒸溜所 와인 나무통 4년 숙성)'가 한병에 599달러 99센트(약71만8천100 원)에 팔리고 있다. 일본 야후경매에서 조사해 보니 2만2천 엔(약 24만6천 원)에 낙찰된 제품이다". 니콜라에스크 디렉터는 "투기꾼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C&O는 일본 위스키 구색을 100종류 이상 갖춘 미국 최대의 증류주 전문바다. 최상의 상태로 증류주를 즐길 수 있도록 잔도 특별 주문품을 쓴다. 시장가격이 올라도 가게내 판매가격은 올리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서부를 비롯, 미국 전역에서 애호가들이 몰려든다.
좁은 가게내 카운터에서 '이치로스 몰트'를 주문한 뉴욕의 기업인 팀 졸라씨는 C&O를 1주일에 2번씩 찾는 단골이다. 집에도 30병 정도를 상비하고 있는 수집가이기도 하다. 10년전 바텐더의 이야기를 듣고 시음해본게 계기가 돼 지금은 일본 위스키의 '왕팬'이 됐다.
뉴욕에서 수입상 도키와(常磐)임포츠를 운영하는 하야시 유노(林結乃) 사장은 일본산 위스키가 '거품'상태라고 전했다. 도키와임포츠는 영국의 권위있는 '월드 위스키 어워드(WWA)'를 수상한 '벤처 위스키' 수입 판매사다. 상표에 트럼프 카드가 디자인돼 있는 벤처 위스키의 '이치로스 몰트 카드 시리즈' 54종을 망라한 54병짜리 세트는 지난 8월 홍콩 경매에서 92만 달러에 낙찰됐다. 이 시리즈는 2015년에 같은 홍콩에서 48만 달러에 낙찰됐었다. 불과 몇년만에 약 2배로 오른 셈이다.
도키와임포츠는 일본의 수제 위스키를 수입하고 있지만 "물건이 들어오기 전에 판매처가 이미 결정되기 때문에 영업이 필요없는 상태"(하야시 사장)라고 한다.
하야시 사장은 "10년전에만 해도 뉴욕에서는 아무도 일본 위스키를 마시지 않았다"고 웃으며 털어놨지만 가격 급등에는 비판적이다. "경매에서 비싸게 팔려도 예술품과 마찬가지로 제조사인 주류업체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소비자의 손에 가기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위스키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일본 위스키 붐의 배경으로 꼽힌다. WWA의 미국 셀렉션 책임자인 스티븐 빌은 1985~90년대에 등장한 싱글몰트의 인기가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위스키가 '명문'을 중시하는 와인처럼 취급되기 시작하면서 지위가 상승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양조기술과 역사에 매료된 샌프란시스코의 첨단기술 관계자들이 위스키를 즐겨 마시기 시작했다. 일본 위스키를 '발견'한 것도 그들이다. 산토리의 '야마자키 12년'이 지난 2003년 인터내셔널 스피리츠 챌린지(ISC)에서 일본 메이커로 첫 금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6년 닛카의 '다케쓰루(竹鶴) 21년'도 같은 상을 받는 등 매년 수상이 잇따르자 평판이 높아졌다고 한다. 일본 위스키를 뜻하는 재패니스 위스키는 요즘 스카치, 아이리시, 캐나디언, 아메리칸 위스키와 함께 '세계 5대 위스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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