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디 "노천용변서 해방" 선언 불구 시설관리 부실에 주민 인식 낮아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5년간 새로 지은 화장실 수만 무려 1억1천만개.
이 정도면 '노천 용변 천국'이라고 놀림받던 인도일지라도 오명을 씻기에 충분한 화장실 수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어진 화장실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어떻게 될까.
미국 CNN 방송 등 외신과 현지 매체는 최근 여러 기사를 통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가 추진한 화장실 보급 사업의 실태와 한계를 분석했다.
모디 총리는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인 지난 2일 "이제 인도는 노천 용변이 없는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지난 5년간 1억1천만개의 화장실이 지어져 6억명 넘는 사람들에게 보급됐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취임 후 '클린 인디아'(clean India) 캠페인을 주요 정책으로 내놨다.
13억5천만 인구 가운데 무려 6억명이 노천에서 용변을 보다 보니 위생,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힌두교가 신성시하는 소의 똥은 귀하게 여기면서도 인분은 가까이하려 하지 않는 탓에 사람의 배설물이 그대로 방치되곤 한다. 이로 인해 물과 음식물이 오염됐고 설사병, 전염병 등에 걸린 환자도 넘쳐났다.
들판, 골목, 강가 등 외딴곳에서 일을 보던 여성이 성폭행당하거나 어린아이가 유괴당하는 일이 자주 생기는 등 안전 문제도 위험 수위에 달했다.
이에 모디 정부는 5년간 화장실 1억1천만개 보급을 목표로 내세우며 대대적인 위생 인프라 투자에 나섰다. 화장실을 새로 짓는 빈곤 가정에는 1만2천 루피(약 20만 원)를 지원해 주는 캠페인도 추진했다.
5년이 지난 이날 마침내 모디 총리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의 완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클린 인디아 캠페인 덕분에 2014년 이후 인도인 30만명이 목숨을 건졌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진정한 '노천 용변 청정국'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하순 이와 관련된 문제가 극명하게 대비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인도 중부 마디아프라데시주(州)에서는 10대 아이 두 명이 노천 용변 문제로 성인 남성 2명에게 폭행당해 숨졌다.
두 아이는 이른 아침 용변을 보러 나갔다가 맞아 죽은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파악됐다.
아이들은 차별과 가난에 시달리는 '달리트'(힌두 카스트의 불가촉천민)에 속한 탓에 집에 화장실이 없는 상태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날 모디 총리는 클린 인디아 미션을 추진한 공으로 빌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으로부터 '글로벌 게이트키퍼상'을 받았다.
인도 국내에서는 화장실 보급 프로그램의 효과가 정부의 선전만큼 크지 않다며 시상 반대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도 정부의 보급 실적 조사 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화장실 보급률 수치가 부풀려졌고 화장실이 설치된 경우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물 부족, 관리 부실, 관행 탓으로 여전히 노상 배변이 만연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나다르 칼리드 인도 공감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인도 정부는 화장실을 짓는 데만 초점을 맞출 뿐 시설 유지나 하수 관리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공감경제연구소는 2014년 인도 북부 4개 주 시골 주민 중 70%가 노천에서 용변을 봤는데 지난해 말에도 여전히 44%가 이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인도 국민의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고 CNN은 덧붙였다.
인도 시골 주민 상당수는 인분 처리는 달리트가 전담해야 하며 집 안에 화장실을 두는 것보다는 야외에서 용변을 보는 게 더 깨끗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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