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아들 둔 엄마…트럼프의 '가향 전자담배 퇴출' 선언 때도 동석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의 퍼스트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전자담배 업체들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 마케팅 중단을 요구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7일(현지시간) 미국 마약단속국(DEA)에서 매해 진행하는 마약 예방 캠페인 '레드 리본 위크'를 알리는 행사에 참석해 전자담배의 중독성과 위험을 알리며 이같이 촉구했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 모두가 노력해 청소년과 가족들에게 이(전자담배) 습관성 중독과 관련된 위험에 대해 가르치는 일이 내겐 중요하다"며 "아이들에게 이런 중독성 있는 제품을 마케팅하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병원과 재활센터들을 방문했을 때 마약 남용의 끔찍한 결과를 목격했다"면서 "중독이 우리 아이들, 청소년, 학교를 아프게 하는 한 난 중독 문제에 계속 대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13살짜리 아들 배런을 키우는 멜라니아 여사가 전자담배를 비롯한 청소년 중독 문제에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멜라니아 여사는 작년 5월부터 아동 복지 증진을 위한 '비 베스트'(Be Best) 캠페인을 주도하면서 마약에 반대하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하고 있다.
지난달 초 트위터로 "청소년들 사이에 전자 담배가 확산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한 데 이어, 같은 달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향(flavored) 전자담배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공언할 당시에도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동석했다.
영부인이 전자담배 문제에 소매를 걷어부치고 나선 것은 그만큼 미국에서 청소년 전자담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연방정부 통계를 보면 2017년~2018년 사이에 미국 10대들의 전자담배 사용이 급증했다고 AP는 전했다.
최신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자담배를 피운 것으로 보고된 미 고교생 비율은 4명 중 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5명 중 1명보다 증가한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런 추세를 "유행"(epidemic)으로 묘사하면서, 전자담배를 흡연하는 청소년들이 결국 일반 담배를 피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연운동 단체인 '어린이에게 담배 없는 세상을'(Campaign for Tobacco-free Kids)은 이날 멜라니아 여사의 메시지에 대해 감사를 표하며 트럼프 정부에 가향 담배 금지 계획을 즉각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 대변인 빈스 윌모어는 "가향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전자담배)업계 마케팅 전략의 핵심 요소로, 전자담배 유행을 부채질해왔다"고 말했다.
비난 여론이 커지자 미국 최대 전자담배 제조사 쥴랩스는 미국 내 광고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가향 전자담배 금지 계획을 무산시키기 위한 로비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다만 전자담배 업계를 대변하는 미국 전자담배흡연자협회(AVA) 등은 정부의 금지 조치가 오히려 전자담배 '암시장'을 탄생시키고, 전자담배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로 돌아설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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