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망사고 후 달아난 美외교관 부인 비호에 영 여론 악화

입력 2019-10-08 10:47  

역주행 사망사고 후 달아난 美외교관 부인 비호에 영 여론 악화
타국에는 특권 포기 압박, 이중기준 비난 쇄도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미정부가 영국에서 치사사고를 내고 도피한 자국 여성의 외교 면책특권을 고수하면서 미국의 이기적 태도에 대한 영국의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8일 더타임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에 따르면 또 위법행위를 저지른 타국 외교관에 대해서는 면책특권 철회를 압박하면서 자국 외교관에 대해서는 비호로 일관하고 있는 미국의 이중기준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쇄도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외교관 부인에 대한 영국 측 면책특권 포기 요청을 거부하면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자신이 직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중부 노샘프턴셔 크러프턴 공군기지에 미 정보관으로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 최근 영국에 온 앤 사쿨러스(42)라는 이 여성은 지난 8월 27일 공군기지 근처에서 모터사이클을 타고 달리던 해리 던(19)과 충돌했으며 던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숨졌다.
역주행하다 사고를 낸 사쿨러스는 사고 현장에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으나 다음 날 던이 숨지자 변호사 등을 내세워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온 가족이 급거 미국으로 귀국했다.
영국은 이에 미 국무부에 면책특권 포기 요청과 함께 당사자 인도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미국이 핵심 우방인 영국과의 신의를 배반했다며 영국 내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에 만약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면 자신이 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사건 개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는 "외교 면책은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도피한 사쿨러스가 영국으로 돌아와 법절차에 응해주길 바란다고 그의 경찰 출두를 촉구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도 우디 존슨 주영 미 대사에 전화를 걸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면책철회 요구를 전달했으나 미국 측의 거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영국 사법관리들도 미국이 외교관에 부여되는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인도 거부는 양국 간 특수관계의 신의를 저버린 배신행위라고 매도했다.
토비아스 엘우드 전 국방차관은 미국이 지난 1997년 마찬가지 교통 치사사고를 일으킨 조지아 외교관의 면책특권 철회를 요구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동일한 사안에 대한 미국의 이중기준을 비판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해 뉴욕에서 가정폭력혐의로 체포된 자국 외교관의 남편에 대한 면책특권을 철회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동일한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더타임스는 소식통들을 인용, 외교관 면책특권은 통상 중앙정보국(CIA) 요원에 부여된다면서 만약 사쿨러스의 남편이 CIA 소속이라면 아마도 CIA가 현지 미 대사가 알기 전 그를 본국으로 빼돌렸을 것이라고 전했다.
남편의 기밀스런 업무를 감안할 때 부인이 영국 법정에 설 경우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미국은 이 기지에 영국과 합동으로 정보분석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기지 요원들에 외교관 특권이 부여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자국 내에서 위법행위를 저지른 타국 외교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면책특권 철회를 요구해 상당수 철회를 얻어냈으나 자국 외교관에 대한 특권 포기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 영국 요청으로 자국 외교관에 대한 면책특권을 철회한 마지막 사례는 지난 1940년에 이뤄졌으며 당시 런던 주재 미 대사관에 근무하던 직원이 나치 독일 스파이로 드러나면서 영국 당국에 체포됐다.
미국은 지난 5월 자국 외교관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현지인을 사망케 한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급거 그를 귀국시켰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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