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안보 국제회의서…"러-나토 몇분 만에 핵전쟁으로 치달을 위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에 속했던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중·단거리 미사일의 유럽 배치를 금지하는 선언문 채택을 주장하며 초안 작성 작업을 벨라루스가 맡겠다고 제안하고 나섰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린 유럽 안보 국제 전문가 회의에서 연설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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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는 "벨라루스는 이미 중·단거리 미사일 유럽 배치 금지에 관한 관련국들의 다자 정치 선언을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선언문 초안을 마련하는 책임을 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그러한 선언이 조약(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대체할 정도의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분야 군비 통제 문제 해결의 법적 공백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루카셴코는 이어 "미국과 서방 간 불신과 대결 수위가 극에 달한 사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러시아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단 몇분 만에 의도하지 않은 지역 분쟁에서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최근 핵심 참여국인 미국과 러시아의 INF 조약 탈퇴 이후 군비 통제 체제 붕괴 과정이 최종 지점에 도달해가고 있다"면서 "마지막 경계는 2010년 체결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일 양측(미국과 러시아)이 이 협정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2년 뒤에는 핵무기 분야가 무엇으로도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INF 조약은 미·소 냉전이 한창이던 1987년 12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 사이에 체결돼 이듬해 6월 발효했다.
조약 발효 후 3년 내로 사정거리 500~5500km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폐기하기로 하고,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미사일 2천692기를 없앴다.
하지만 이후 러시아가 INF에 저촉되는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미국이 2000년대 들어 유럽 미사일방어(MD) 체계를 구축하면서 양국 간에 조약 위반 논쟁이 벌어졌고 오랜 기간 상호 비방전 끝에 지난 8월 폐기됐다.
INF 조약과 함께 미·러 간 핵통제 질서를 지탱했던 New START의 운명도 불투명해지면서 우려를 더 하고 있다.
New START는 2010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서명해 이듬해 2월 발효됐다.
양국이 실전 배치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운반수단(미사일과 전략폭격기 등)을 700기 이하로 줄이는 내용이 골자다.
2021년 2월 만료를 앞두고 있으며 양측이 합의하면 협정이 5년간 연장될 수 있다.
하지만 INF에서 먼저 탈퇴했던 미국은 New START 협정 연장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러시아도 미국이 협정에서 탈퇴하면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INF에 이어 New START까지 폐기되면 미·러 간 핵통제 협정은 하나도 남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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