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조 '4차혁명 투자'ㆍ133조 '반도체 비전' 이어 13조 'QD 프로젝트'
'마지막 판결' 앞두고 경영보폭 확대…"흔들림없이 투자계획 추진"
항소심 석방 이후 1년 9개월간 文대통령과 9번 '만남'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지난 50년간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였다."
삼성전자[005930]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을 소집해 주재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대책 회의'에서 이같이 강조하며 지난해부터 잇따라 내놓은 중장기 투자·고용 방안의 추진 의지를 재확인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10일 충남 아산의 탕정사업장에서 총 13조1천억원 규모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미래투자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초 항소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 대규모 투자 방안을 계속 내놓으며 '미래먹거리'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석방 이틀 후인 지난해 2월 7일 삼성전자가 대표이사 3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위원회를 열고 경기도 평택 반도체 단지에 제2생산라인 건설을 위한 예비투자 안건을 의결한 게 '신호탄'이었다.
이전부터 검토되던 사안이었으나 이 부회장 석방 직후 이를 전격적으로 결정하면서 '옥중 경영구상'을 곧바로 구체화할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런 관측을 증명이라도 하듯 같은 해 8월에는 미래성장 기반 구축을 위해 3년간 총 180조원을 신규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단일 그룹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고용 방안이었다.
특히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혁신 생태계' 조성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어 올 4월에는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5천명을 채용하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실적 하락,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 규제, 자신의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검찰수사 등 대내외 악재에도 앞서 발표한 투자·계획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그는 지난 6월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을 언급한 뒤 "흔들림 없이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해야 한다"면서 '초격차 전략'을 재차 주문했다.
또 같은 달 경기도 수원사업장에서 주재한 IT·모바일(IM) 부문 사장단 회의에서도 "어떤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없이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투자 계획도 "긴 안목으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TV 시장점유율 13년 연속 1위, 스마트폰용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점유율 80%대 등의 현 상황에 만족할 게 아니라 이를 토대로 선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주마가편'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에 R&D 비용으로 10조원 넘게 투입하며 상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 관계자는 "투자는 기존 사업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동시에 신산업 분야에서 리더십을 선점하기 위한 성장 전략의 기초"라면서 "이 부회장이 마지막 판결인 파기환송심을 앞둔 상황에서도 국내외에서 경영행보를 이어나가는 동시에 잇따라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는 것은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지난해 석방 이후 인도 스마트폰 공장 준공식, 평양 남북정상회담, 기업인 신년회, 청와대 '기업인과의 대화', 인도 총리 국빈오찬, 아부다비 왕세제 국빈오찬,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청와대 공식 오찬,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 등이 이어 이날 행사까지 모두 9차례 문 대통령과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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