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가톨릭교회 순수성' 명분으로 타인 배척 용납안돼"

입력 2019-10-10 18:36  

교황 "'가톨릭교회 순수성' 명분으로 타인 배척 용납안돼"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교회의 전통과 교리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배척하는 일각의 독단적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간 라 스탐파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교회의 '순수성'을 명분으로 타인에게 편협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교황은 이들을 겨냥해 '주님 대신 도그마적 형식을 경배하는 이들'이라고 비판하고 "이는 결국 그리스도를 해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그마는 이성의 비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맹목적으로 신봉되는 명제를 일컫는 철학 용어다.
교황은 사도 바울의 사례를 거론하며 "가톨릭 개종 전의 젊은 바울은 (유대교 신자로서) 자신의 정치·종교적 신념을 절대화하면서 기독교도를 잠재적 적(敵)으로 보고 탄압했다"며 "당시 바울은 도그마에 빠져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도 바울의 사례를 거울삼아 자신이 어떤 신념의 삶을 살아야 할지, 내가 편협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자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의 발언은 남미 아마존 지역의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자 지난 6일 개막한 세계주교대의원회의(시노드·Synod)에서 기혼 남성에게 사제품을 주는 방안을 놓고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맞부딪히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찬성하는 쪽은 광활한 면적 및 인구에 비해 절대 부족한 아마존 지역의 사제 문제 해결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보수파를 중심으로 한 반대론자들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가톨릭 전통을 무너뜨리는 '이단적 주장'이라고 맞선다.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후 가톨릭의 전통과 교리를 충실히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는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고 이를 위한 제도 변화를 모색해왔다.
하지만 미국 교구를 비롯한 보수 가톨릭계에선 이러한 교황의 행보가 가톨릭 전통과 맞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이른바 가톨릭계 '보혁 갈등'이 표면화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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