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안은 에티오피아 총리…뚝심·개혁의 젊은 지도자(종합)

입력 2019-10-11 21:02   수정 2019-10-11 21:04

노벨평화상 안은 에티오피아 총리…뚝심·개혁의 젊은 지도자(종합)
에티오피아·수단·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평화 위해 동분서주
취임후 과감한 개혁·화해조치로 주목…1년 반만에 노벨평화상 영예

(서울·카이로=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노재현 특파원 = 100번째 노벨평화상의 영예를 안은 아비 아머드 알리(43) 에티오피아 총리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던 인물이다.
작년 4월 42세의 젊은 나이로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 총리에 취임한 그는 과감한 개혁 조치로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특히 취임 1년 6개월 만에 노벨평화상까지 받으면서 세계적인 '평화 전도사'로 우뚝 섰다.
반정부 시위의 영향으로 사임한 하일레마리암 데살렌 전 총리에 이어 아비 총리가 취임했을 때 에티오피아는 종족 분쟁과 3년의 반정부 시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아비 총리는 곧바로 대대적인 개각을 단행해 정부 개혁에 나서는가 하면 과거 야당 대표를 포함해 정치범을 대거 석방해 국민 통합을 꾀했다.
아울러 국가비상사태를 해제하고 인터넷·방송 차단을 풀어 국민의 권리를 크게 확대했다.
화해·평화 행보는 국내에만 그치지 않았고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와 평화 구축은 최대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에리트레아와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며 "에리트레아 정부에 대화를 시작하자는 초대장을 보냈다"고 말했다.
아비 총리는 작년 7월 이사이아스 아페웨르키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전쟁 종식을 선언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에 전격적으로 서명했다.
20여년간 국경을 두고 분쟁을 벌인 양국의 역사적인 화해는 아비 총리가 아니었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다.
에티오피아와 에리트레아는 1998년 이래 분쟁을 지속하면서 7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아비 총리는 다른 동아프리카 국가의 평화를 위해서도 종횡무진으로 뛰었다.
작년 6월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방문해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과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
1977년 소말리아가 에티오피아를 침공하는 등 양국은 오랫동안 국경 분쟁을 벌였다.
아비 총리는 올해 3월에는 에리트레아 대통령과 함께 남수단을 찾아 내전의 상처가 가시지 않는 남수단에 평화를 구축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또 지난 4월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혼란이 이어지던 수단에서 권력이양 협상을 중재했다.
결국 수단 군부와 야권은 올해 8월 아비 총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권력이양 협상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아비 총리의 노력 덕에 에티오피아는 인권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점차 지워나가고 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역내 평화를 증진한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4월 유네스코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젊은 지도자 아비 총리는 인구 1억명의 에티오피아에서 과감한 개혁정책과 결단력, 포용적인 태도로 젊은층을 중심으로 큰 지지를 받고 있다.
아비 총리의 개혁 행보에는 성장 배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1976년생인 그는 80개 종족으로 구성된 에티오피아에서 최대 종족이지만 정치적으로 소외된 오로모족 아버지와 암하라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물과 전기가 부족한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아비 총리는 군대에서 정보 관련 장교로 근무했고 2010년 하원 의원으로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2015년 10월부터 1년 동안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냈다.
아비 총리가 개혁과 평화 행보에서 성과를 내기까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군인 수십명이 총리 집무실 주변으로 몰려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했고 일부 군인들은 소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당시 아비 총리는 시위 군인들과 함께 팔굽혀펴기를 10개씩 하는 재치를 발휘해 아찔한 순간을 넘겼다.
일각에서는 반개혁 세력 때문에 아비 총리의 권력이 불안정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 6월 에티오피아 정부는 북부 지역에서 쿠데타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에티오피아의 오랜 문제인 종족분쟁도 해결해야 할 산이다.
아비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국민통합을 강조했지만 종족간 폭력 사태가 아직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아비 총리는 한국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8월 한국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아비 총리는 당시 "에티오피아는 한국이 그동안 이룬 놀라운 발전상과 한국의 모범사례를 따르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인 대한민국으로부터 에티오피아가 배울 점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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