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하차' 우크라 주재 美대사 "트럼프가 내 축출 압박했다"

입력 2019-10-12 07:59  

'중도하차' 우크라 주재 美대사 "트럼프가 내 축출 압박했다"
"美국무부, 2018 여름부터 제거 압박 받았다" 의회 진술
백악관 출석 금지에도 증언…"백악관 전략에 균열 생겨"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마리 요바노비치 전(前)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대사직에서 축출하기 위해 국무부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과 더힐에 따르면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의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진행하는 미 하원 탄핵 조사단에 출석해 이같이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 때 정적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 조사를 압박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탄핵 조사를 받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셈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에 임명된 요바노비치는 임기가 남아있던 지난 5월 교체되면서 정치보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의혹의 배후로 지목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변호사 루디 줄리아니는 요바노비치 당시 대사가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우크라이나 측 조사를 방해한다며 경질을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요바노비치는 이날 의회 비공개 증언에서 매우 의심스러운 동기를 가진 사람들의 근거없고 잘못된 주장에 기초해 자신을 몰아내려는 합동 작업이 있었다고 진술했다.
또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향한 줄리아니의 바이든 조사 요구와 관련해 자신이 공식 채널을 통해 전달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대사직에서 해임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거짓 이야기들은 부패 시스템에서 계속 운영되는 우크라이나인과, 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를 무시했을지도 모를 미국인들 간 불행한 연합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요바노비치는 또 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이 그녀는 잘못한 것이 없으며 대사를 소환한 다른 상황들과도 다르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설리번 부장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대사로 일하길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요바노비치는 국무부가 2018년 여름 이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자신을 제거하라는 압력에 놓여 있었다고 진술했다.


백악관은 지난 8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며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무부 소속이자 조지타운대학에도 적을 둔 요바노비치는 전날 밤 국무부로부터 출석 금지 지시를 받았지만 의회의 소환장을 받고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의 탄핵 조사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비협조에도 불구하고 진상 파악에 필요한 인사들을 계속 소환할 계획이어서 증인 출석을 놓고도 계속 마찰이 예상된다.
오는 14일에는 러시아 문제에 초점을 맞춘 백악관 전 고문인 피오나 힐의 출석이 예정돼 있고, 내주중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를 포함해 3명의 현직 국무부 관리의 증언 일정도 잡혀 있다.
선들랜드는 지난 8일 의회 증언 예정이었지만 국무부의 거부 지시에 따라 출석하지 않았지만, 오는 17일 증언에는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더힐은 요바노비치의 증언과 선들랜드의 출석 의지를 전하며 "탄핵조사에 협력하지 말라는 백악관의 중요한 전략에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전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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