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노 대통령·원주민단체 대표, 시위 11일째 대화 개시
정부, 키토 통행금지 일부 완화…시위대·경찰 충돌 이어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에콰도르에 열흘 넘게 격렬한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에콰도르 수도 키토가 전쟁터처럼 변했다.
대치하던 정부와 시위대가 사태 해결을 위해 13일(현지시간) 대화를 시작했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키토 시내에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이 이어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키토를 비롯한 에콰도르 곳곳에서는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의 유류 보조금 폐지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11일 연속 이어졌다.
정부의 긴축정책에 반발한 저소득층 원주민들이 주도한 이번 시위로 지금까지 7명이 숨지고, 1천340명이 다쳤으며 1천152명이 체포됐다고 에콰도르 옴부즈맨 사무국이 밝혔다.
전날 키토에 24시간 통행금지 조치를 발령했던 정부는 이날 시위대와의 대화를 앞두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시민의 통행을 허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통행금지 완화 전부터 시위대와 주민들이 통금을 무시하고 거리로 나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에콰도르 내무부는 이날도 시위대 일부 세력이 정부 건물에 불을 질렀으며, 군 차량에도 불이 붙었다고 밝혔다.
외신이 전한 사진과 영상 속의 키토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열흘 넘게 이어진 시위로 도로들이 공습이라도 맞은 듯 처참하게 파괴됐고, 곳곳에 불과 연기가 자욱했다.
시위대는 헬멧과 마스크 등을 쓰고 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며 나무판자를 방패 삼아 경찰과 대치했다.
전날 일부 시위대는 정부 청사와 언론사 건물을 습격하기도 했다.
양보 없이 맞서던 정부와 시위대는 이날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개시했다.
대화를 거부하던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이 유엔과 가톨릭의 중재 노력 속에 모레노 대통령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대화 테이블이 마련됐다.
시위대와의 협상을 앞두고 모레노 대통령은 긴축 경제정책 중 일부를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를 촉발한 유류 보조금 폐지 결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CONAIE는 대화 직전 모레노 정부가 유류 보조금을 부활하지 않으면 시위는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해 양측이 쉽게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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