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사태, '가짜 뉴스' 판치는 심리전으로 변해"

입력 2019-10-14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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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 사태, '가짜 뉴스' 판치는 심리전으로 변해"
친중국 진영-시위대, 상대방 음해하는 소문 퍼뜨리며 여론에 호소
"뉴스 공급원, 전통 매체 대신 SNS로 바뀌면서 심리전도 격화"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 사태가 19주째를 맞은 가운데 친중국 진영과 시위대 모두 근거 없는 소문과 정보를 양산하며 치열한 심리전을 벌이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이번 시위 사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 중 하나는 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언론 매체가 뉴스 공급원으로서 누렸던 절대적인 지위를 상실하고, 소셜미디어 등 새로운 뉴스 공급원이 부상했다는 점이다.
홍콩 신문 명보가 8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시위 사태에 대한 뉴스 공급원으로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은 온라인 생중계로 8.12점(10점 만점)을 얻었다.
전통 언론매체의 점수는 6.85점에 그쳐 소셜미디어(6.01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텔레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포럼 'LIHKG' 등이 새로운 뉴스 공급원으로서 부상하면서 이들 공간에서 여론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심리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심리전이 과열 양상을 띠다 보니 친중국 진영과 시위대 모두 근거가 불확실한 정보를 마구 퍼뜨리면서 여론의 지지를 얻으려고 애쓰는 양상을 보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최근 중국 정부와 연루된 계정 수백 개를 삭제하면서 이들 계정이 홍콩 시위의 정당성을 약화하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구글도 비슷한 조처를 했다.
홍콩 교육부 장관을 지낸 친중파 패니 로(羅范椒芬)는 '시위대 위안부' 설을 제기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라디오 방송에서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을 보면 14살 여학생이 시위에 나서는 '용사'들에게 위안부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결국 임신했다"는 한 청취자의 글을 읽어주면서 이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의 근거를 대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패니 로는 "그 소녀를 아는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었다"고 밝혔을 뿐 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시위대에게서 성폭력을 당했다는 16세 소녀의 인터뷰 동영상까지 게재했지만, 이 소녀가 쓴 어휘가 홍콩 사람들이 쓰는 광둥화(廣東話)가 아니라는 반박이 곧바로 제시됐다.



시위대도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소문을 퍼뜨리기는 마찬가지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린스에드워드 역 시위대 사망 소문이다.
지난 8월 31일 경찰은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63명을 한꺼번에 체포했는데, 당시 경찰은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마구 휘두르고 최루액을 발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후 프린스에드워드 역에서 시위대 3명이 사망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홍콩 정부와 경찰, 소방청 등이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설을 부인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시위대가 활발하게 참여하는 온라인 포럼 등에서는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시위대를 폭행해 살해한 후 시신을 바다에 버렸다" 등의 소문도 잇따르고 있다.
시위대는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활발하게 참여했다가 지난달 22일 익사체로 발견된 15세 여학생 천옌린(陳彦霖)을 그 예로 들지만, 경찰은 천옌린이 경찰에 체포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시위대의 불신은 강경 진압으로 일관하면서 시위 부상자에 대한 사과 한마디 없는 홍콩 경찰이 스스로 초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보 조사 결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조사 당시 경찰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다고 답한 시민은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절반 가까운 시민이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0'이라고 답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친중국 진영과 시위대 양측의 시각을 모두 배제하고 진실을 추구하자는 운동도 일고 있으며, 페이스북 기반의 한 검증 운동에는 12만2천여 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홍콩대학의 마사토 카지모토 교수는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현실에 대해 "사실과 정확한 정보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힘들며, 감정에 호소할 때만 그 마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가짜 뉴스'는 현상에 불과할 뿐이며, 문제의 진정한 원인이 아니다"며 "(정치적) 양극화라는 문제의 진정한 원인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가짜 뉴스는 계속 양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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