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진공청소기 업체 창업자 다이슨, EU 농업보조금도 빨아들였다

입력 2019-10-14 15:21  

英진공청소기 업체 창업자 다이슨, EU 농업보조금도 빨아들였다
최근 농장 대거 사들여…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75억원 이상 받아
농업보조금, 대지주에 편중…"100년 앞 내다본 프로젝트" 주장



(서울=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의 창업주로 손꼽히는 부자인 제임스 다이슨(72)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거액의 농업보조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덩달아 소규모 농장주들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처지에서 대지주들에게 이런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크게 부당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대지주 중 한 명인 다이슨은 지난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EU로부터 500만 파운드(75억 원)가 넘는 농업보조금을 받았다.
구체적으로 2017년 10월15일까지 1년간 236만 파운드(35억 원)를, 다시 2018년 10월 15일까지 1년간 260만 파운드(39억 원)를 받았다. 올해는 250만 파운드(37억 원)를 받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다이슨이 이처럼 많은 농업보조금을 받은 것은 최근 수년 사이 대규모 농장들을 대거 매입했기 때문이다.
다이슨은 옥스퍼드셔와 링컨셔, 글루세스터셔 등에서 서울시 면적의 4분의 1가량인 총 3만5천 에이커(142㎢) 이상의 땅을 사들였다.
토지 등록부상으로는 2018년과 2019년에만 20개 이상의 농장과 토지소유권을 사들였다.
EU가 농업보조금을 지급하는 데는 농업용지에 대한 기본직불제(Basic Payment Scheme), 산림 투자, 기후와 환경에 기여하는 녹화 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EU의 전체 농업보조금은 35억 파운드(5조2천억 원)로, 다이슨을 포함해 상위 10%의 수혜자가 전체의 거의 절반을 받았다.
영국의 농민들은 브렉시트 이후에는 EU로부터 더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며 영국 정부로부터 직접 받게 된다. 현 지원 수준은 2022년까지 보장된다.
대지주들에게 이처럼 거액의 보조금이 지급되자 일부에서는 "총체적으로 불공정하다"며 부유한 지주들 지원금에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엑서터(Exeter) 대학의 이안 베이트먼 교수는 현 농업보조금 정책은 "언어도단"이라며 "(보조금을) 가장 적게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받고 있다"라고 선데이타임스에 말했다.
이에 대해 다이슨 측은 농업에 관심이 많을 뿐으로, 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을 도우려 한다며 "100년 앞을 내다본 대대로 이어질 프로젝트"라고 해명했다.
다이슨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자체 무역 정책과 규정을 갖도록 해 영국을 번영으로 이끌 것이라며 지지를 표명했지만, 올해 초 다이슨의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엄청난 위선"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cool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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