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칼로 경찰관 목 찌르기도…중국언론 "가차 없는 처리" 요구
경찰 흉기 공격 고등학생, 고의상해 혐의로 기소…"최고 종신형"
홍콩 치안당국, 비번 경찰도 '최루액 스프레이' 소지 허용
(베이징·홍콩=연합뉴스) 김윤구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가 장기화한 가운데 일부 과격분자들이 경찰을 살상할 목적으로 원격조종 사제폭탄을 터뜨렸다고 홍콩 경찰이 밝혔다.
홍콩 경찰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맹비난했다.
15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저녁 카오룽의 몽콕에서 스마트폰으로 조종하는 사제폭탄이 터졌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한 경찰관이 커터칼에 베여 목에 상처를 입었다.
지난 6월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일어난 이후 사제폭탄 사용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홍콩 경찰 폭발물 해체팀의 수랸토 친-추는 이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테러리스트들의 행위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의도는 오직 현장의 경찰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폭탄은 몽콕 지역의 도로변 화분에서 터졌다. 당시 주변에서는 경찰들이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를 제거하는 중이었지만 폭발로 다친 사람은 없었다.
폭발 장치는 경찰 차량에서 2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는데 폭발로 화분에 큰 구멍이 생겼다.
크리스 탕 홍콩 경찰청 차장은 "폭도들의 폭력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지난 13일 쿤통에서 일어난 커터칼 공격과 정관오에서 발생한 경찰에 대한 폭행을 비난했다.
그는 홍콩 시민들이 침묵하고 이런 행위를 용인하면 사태가 악화할 것이라며 "폭도들과 관계를 끊으라"고 촉구했다.
쿤퉁에서는 한 경찰이 어느 시위 참가자의 커터칼에 목이 3㎝가량 베여 정맥과 신경이 손상됐다. 정관오에서는 사복경찰 2명이 시위대의 폭행으로 머리 등을 다쳤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칼과 사제폭탄의 사용으로 폭력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면서 "당국은 폭도들의 이런 극단적인 전술을 '테러리즘'으로 취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이 법 집행을 강화해 극단주의자들을 가차 없이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홍콩 경찰은 지난 13일 커터칼로 경찰관을 공격한 중등학교 6학년생(고교 3학년생) 쉬톈리(許添力·18)를 고의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홍콩에서 고의상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주말 10명 이상의 경찰이 다쳤으며, 흉기 공격과 사제폭탄 사용 등 극단적인 공격 행위도 있었다"며 "시민들은 경찰을 지지해야 할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폭도들의 행동이 더 많은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시위대를 비난했다.
경찰은 지난 11∼13일 시위에서 모두 201명이 체포됐으며 이들의 연령대는 14∼62세라고 밝혔다.
소수의 과격 시위대는 전술을 바꿔 13일 홍콩 곳곳에서 출몰하는 게릴라식 시위를 벌였다.
홍콩 시위는 14일에도 이어졌다. 수만명이 센트럴의 차터가든에서 평화 집회를 하고 도로로 나와 미국 의회가 홍콩 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촉구했다. 일부 시위 참가자는 미국 국기를 흔들었다.
시위대의 경찰 공격이 잦아지면서 홍콩 치안당국은 비번인 경찰도 최루액 스프레이를 소지할 수 있도록 했다.
홍콩 법무부는 고등법원에 홍콩의 21개 경찰관 숙소에 대해 시위대 등의 접근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시위 전담 특별법원을 설치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마리아 탐 기본법위원회 부위원장은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많은 국가들이 폭동과 관련된 사건들을 다루기 위해 특별법원을 세운다"며 "홍콩도 사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 사회적 소요와 관련된 사건을 다루는 특별법원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위대의 폭력뿐 아니라 경찰의 폭력도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날 경찰은 홍콩 나우TV 방송국 차량 운전기사에게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을 쏜 후 그를 연행해 경찰서 내에서 심하게 구타했다. 그는 이로 인해 온 몸에 9곳의 상처를 입었다.
홍콩기자협회 등이 이를 강력하게 규탄하자 홍콩 경찰은 "시위 충돌 과정에서 안전을 위해 그를 경찰서로 데려갔다"고 해명해 다시 한번 빈축을 샀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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