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노동 등 태국 인신매매 사건 99% 배상 판결 불이행"

입력 2019-10-15 11:18  

"노예노동 등 태국 인신매매 사건 99% 배상 판결 불이행"
배상금 안 줘도 처벌 없는 법적 허점 악용…법 개정도 진전 없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노예노동 등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 태국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려도 실제 배상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응당 받아야 할 돈을 받지 못하면서 다시 인신매매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톰슨 로이터 재단에 따르면 태국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인신매매 사건의 99% 이상 법원의 명령이 무시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재단이 정보자유법을 통해 입수한 법무장관실 산하 인신매매방지국 자료에 따르면 태국 법원은 지난 2014년 이후 1천335건의 인신매매 사건에 대해 1억3천만 바트(약 50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중 손해배상금이 지급된 경우는 5건에 불과했고 액수도 560만 바트(약 2억2천만원)에 그쳤다.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구멍'을 악용한 것이다.
인신매매 반대 단체들은 태국 당국이 올해만 해도 1천명 이상의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구조했음에도 배상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이 또 다른 인신매매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 노동자와 인신매매 피해자 무료 법률지원 단체인 '인권과 개발 재단'의 촌티차 탕워라몽꼰 국장은 "배상금은 피해자들이 새 인생을 시작하고 다시 인신매매되는 것을 막도록 할 수 있지만, 불행히도 정부는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발표한 연간 인신매매(TIP) 실태 보고서에서 태국 정부를 대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비율을 높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태국도 자금세탁방지국(AMLO)에 압류된 인신매매범 자산을 피해자들을 위한 배상에 사용할 수 있도록 자금세탁방지법 개정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에서는 압류된 인신매매범들의 자산은 국가에 귀속된다.
그러나 올해도 공청회가 네 차례 열렸지만 언제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검토할지는 불확실하다.
태국에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등 인근 국가에서 넘어온 이주노동자 300만 명 이상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대부분 수산물 가공 공장과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거나 가정부 등 태국인들이 꺼리는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합법적인 노동 허가서를 갖고 있지 않은 불법 고용 상태이며, 이런 불안한 신분 때문에 인신매매조직에 팔려 가거나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인 '워크 프리(Walk Free) 재단이 만든 '국제 노예 신분 지수'에 따르면 태국에는 약 61만명의 현대판 노예들이 있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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