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연구팀 "남성 태아, 유산 위험 크기 때문"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이 아들보다 딸을 낳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정신적으로 압도돼 있거나 우울한 감정에 빠진 '예비 엄마'가 사내아이를 임신하고 있을 경우 유산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 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은 27개의 심리적, 육체적, 라이프스타일 스트레스 지표를 가진 임신부 187명을 대상으로 자녀 성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육체적 스트레스에 시달린 임신부의 경우 아들과 딸의 성비가 4대 9였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은 임신부의 경우엔 2대3으로 나타나 아들보다 딸의 비율이 높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는 전체 출생아의 남녀 성비가 105대 100으로 남자아이가 많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이번 연구 결과는 9·11사태나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사건, 지진 등 국가적 트라우마를 겪은 뒤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 출생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같은 현상은 남성 태아가 자궁 내에서 초기 성장단계를 끝내는 데 더 시간이 오려 걸려 자궁 내 상태가 최적이 아닌 상황에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구를 이끈 캐서린 몽크 교수는 "약하거나 보통 정도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은 물론 초기 임신을 포함해 수 주 동안 정신적으로 압도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위험 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여성들에게 경종을 울리거나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라면서 "명상을 하든, 가족이나 친구들, 종교 생활, 뜨개질 등으로 시간을 보내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자궁은 아이가 양육되는 가정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중요하고,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는 첫 번째 가정"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킹스칼리지런던' 연구팀의 연구에서는 25세 이하 임신한 젊은 여성의 67%가 일종의 정신장애를 앓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25세 이상 여성의 약 20%가 정신적 문제를 겪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동물을 상대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겪으면 자궁 내에서 급성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코르티솔 호르몬 스트레스 수위를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궁 내 코르티솔 호르몬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아이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몽크 교수는 "우리 연구 결과 명확한 것은 임신부 정신건강이 임신부뿐만 아니라 미래의 아이를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학술원회보에 실렸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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