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라임 사태'로 자본시장 신뢰 무너지면 안된다

입력 2019-10-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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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라임 사태'로 자본시장 신뢰 무너지면 안된다


(서울=연합뉴스)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 손실 사태에 이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의 대형 환매 연기 사태가 터졌다. 두 사태는 기본적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돈 굴리기가 힘들어진 투자자들이 수익을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다 위험을 간과한 데서 생긴 것이 본질이다. 여기에 투자자 심리를 역이용해 위험 수준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투자자 유인에만 급급했던 자산운용사의 탐욕이 사태를 키운 셈이다. 이런 일이 추가로 발생하면 시장에 불신이 쌓이고 자본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규모 환매 중단 실태를 철저히 조사해 운용사의 잘못이 있다면 엄중한 책임을 묻되 제도적으로 보완할 점이 없는지도 살펴보길 바란다.

유동성 문제로 사모펀드 환매를 중단한 라임자산운용 측은 14일 "지금까지 8천466억원 규모의 펀드 환매가 중단됐다"고 발표했다. 환매 연기 규모가 10일 1차 환매중단 때의 6천30억원보다 2천436억원이나 늘었다. 만기 때 상환금 일부가 지급 연기될 가능성이 있는 4천897억원을 합치면 라임자산운용의 최대 환매 차질 규모는 1조3천억원에 달한다. 투자한 돈의 일부를 손해 보더라도 되돌려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돈이 그런 정도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투자자 돈을 위험하게 굴린 라임자산운용은 통렬하게 반성하고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혹시라도 자산운용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나 위법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라임자산운용이 원하는 투자자들에게 돈을 되돌려주지 못할 만큼 유동성이 나빠진 원인은 실물경제나 자본시장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는 자산에 지나치게 투자한 탓이 크다. 환매 차질 펀드 가운데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 자산'의 운용 비중이 높다.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바뀔 수 있는 중간 형태인 메자닌 자산은 주식시장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시장이 약세일 때는 현금화가 어렵다. 자산운용사가 돈을 끌어모으려면 수익률을 올려야 하고, 수익률을 올리려면 사고가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수익이 좋은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돌려주는 것이 운용사의 기본 윤리라는 측면에서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수익만 좇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같은 맥락에서 투자자도 탐욕이 앞서는 도덕적 해이는 없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번 환매 연기 사태는 투자자의 돈을 잘못 운용한 사모펀드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느슨한 제도가 원인이 됐는지도 봐야 한다. 사모펀드는 기업사냥꾼으로 불리는 일부 해외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토종자본을 육성한다는 취지로 2015년과 지난해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그러면서 사모펀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전체 자산규모도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개수로는 332개, 자산 규모는 무려 460조원에 달했다. 국민들이 투자한 자산규모가 그렇게 커졌으니 감독 당국도 더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허점이 있으면 보완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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