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참여하는 아빠 늘어나는 현실 반영해야"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남자 화장실에도 아기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해야 한다"
영·유아를 양육하는 일본의 젊은 부모들이 '#나의 기저귀 교환대'를 구호로 기저귀 교환대 증설을 요구하는 인터넷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에 참여한 한 남성은 인프라 부족이 남성의 육아활동을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가족과 성 다양성을 존중하고 편견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단체인 '베이비스텝(BABY STEP)'은 최근 인터넷 서명 사이트(Chang org.)를 통해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달 4일 현재 9천명 이상이 참여했다. 베이비 스텝은 서명을 모아 유명 가전양판점 체인인 요도바시 카메라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가족동반 쇼핑객과 외국인 고객들이 많아 지명도가 높은 요도바시 카메라 매장내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를 설치하도록 해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서명운동 멤버의 한 사람인 회사원 마쓰나가 게이시(松永圭史. 39)는 "남성도 육아에서 멀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4살난 장남과 한살짜리 둘째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기저귀 교환에 여러번 애를 먹은 경험이 있다.
우선 교환대가 있는 다목적 화장실 수가 적고 그나마 다른 사람이 이용중인 경우가 많다. 교환대가 있는 화장실을 찾아다니는 사이에 배변을 해 기저귀 사이로 흘러나오거나 남자 화장실 변기 틈에 쪼그리고 앉아 아기를 눕히고 기저귀를 갈아준 적도 있다. 교환대가 있는 곳을 나타내는 표지판에는 스커트 차림의 여성이 기저귀를 갈아주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 소외감을 느낀 적도 있다고 한다.
남자 화장실에도 교환대 설치를 늘리면 성별에 따라 가끔 '할 수 있는 일'도 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서명에 참여했다.
베이비 스텝은 한살짜리 딸을 둔 오사카(大阪)시에 사는 하야카와 나즈미(早川菜津美. 31)가 남편, 친구들과 함께 작년에 설립했다. 엉덩이 닦이 패키지에 쓰인 '전국의 어머니를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 '엄마만' 응원하는 건 잘못이라고 생각해 메이커측에 문구 수정을 요청한 게 계기다.
동시에 시작한 서명운동에는 한달만에 5천여명이 참가하면서 메이커 측은 결국 해당 문구를 삭제했다.
하야카와는 남자 화장실 기저귀 교환대 신설을 위한 서명운동에 대해 "육아는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성별 역할분담 의식을 바꾸고 싶다"면서 "육아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늘고 있는데도 외출시 기저귀 교환은 언제나 엄마 몫이 되는 게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도쿄(東京)올림픽이 열리는 내년에는 일본을 찾는 외국인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국인들이 "일본은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올림픽때까지는 설치를 마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야카와는 서명을 취합해 연내에 요도바시 카메라에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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