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헝가리 유람선 참사 4개월여…여전히 다뉴브 강변 지키는 조화

입력 2019-10-16 01:08  

[르포] 헝가리 유람선 참사 4개월여…여전히 다뉴브 강변 지키는 조화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를 도도하게 흐르는 다뉴브 강변.
4개월여 전 20여 명의 한국인의 목숨을 앗아간 유람선 참사의 추모 공간이 다뉴브강을 가로지르는 머르기트 다리 밑 한편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추모객들이 놓고 간 조화(弔花) 대부분은 누렇게 변색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싱싱한 생기를 뿜어내는 노란색 꽃 화분이 하나 놓여 있었다.
그 주변에는 표면이 깨끗한 하얀 촛농 흔적도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이곳을 찾는 추모객의 발길이 완전히 끊기지 않았다는 점을 짐작하게 했다.
기자가 찾아간 15일(현지시간) 오후 추모 장소에는 현지 방송 매체인 MTV의 영상 기자가 촬영 중이었다.
마침 이날 오전 현지 경찰의 참사 수사 결과 브리핑 내용과 함께 전달할 뉴스 영상을 취재 중이라고 했다.
부다페스트 경찰청은 135일간의 사고 조사를 끝마쳤으며, 한국인 관광객과 가이드를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 호를 추돌해 많은 인명 피해를 낸 크루즈 '바이킹 시긴' 호의 선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비록 조사는 종료했지만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한국인 승객 한 명에 대한 일상적 수준의 수색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 29일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로 한국인 승객 25명이 숨졌으며 1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다.
MTV 기자가 촬영을 마치고 돌아간 지 15분여.
80대로 보이는 현지 노인이 찾아와 머르기트 다리 벽면에 붙은 추모글과 그림을 한동안 들여다봤다.
그는 영어는 하지 못한다면서도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나직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숨진 데 대한 안타까움으로 이해됐다.
기자도 노인이 섰던 자리에 서서 추모 편지들을 다시금 찬찬히 읽어봤다.
어린 헝가리 여자아이가 쓴 것으로 보이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서툰 한국어이지만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글씨에서는 이번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족들과 함께 아파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제가 헝가리 어린 여자이는데 한국과 한국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이 사고 때문에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eng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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