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정부 2020년 예산안 마련…중산층 감세·탈세 방지책 담아(종합)

입력 2019-10-16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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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정부 2020년 예산안 마련…중산층 감세·탈세 방지책 담아(종합)
정부 재정적자 GDP 대비 2.2%로 유지…부가세 인상안은 폐기
구글·페이스북 등에 물리는 디지털세 도입…세율은 매출액 3%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정부가 중·저소득층과 노동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탈세 근절 등을 뼈대로 한 2020년 예산안을 마련했다.
ANS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16일(현지시간) 새벽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0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원래 유럽연합(EU) 회원국의 예산안 제출 시한은 16일 자정까지이나 이탈리아는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시한을 넘겨 뒤늦게 제출했다.
EU 규정상 모든 회원국의 예산안은 EU 집행위원회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우선 연 소득 2만6천∼3만5천유로(약 3천400만∼4천600만원) 사이 노동자에게 500유로(약 65만원)가량을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내년 기준으로 총 감세액은 30억유로이며, 2021년에는 그 규모가 55억유로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감세로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이를 보충하기 위한 탈세 방지책도 마련됐다.
핵심은 탈세에 용이한 현금 거래를 억제하고, 신용·체크카드 사용을 권장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신용카드를 거부하는 소매업자와 서비스 제공업자에 대해 최대 2천유로의 과태료를 물릴 방침이다. 현금 거래 허용 한도는 현재의 3천유로에서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1천유로까지 내려간다.



또 신용카드로 물건을 구입할 시에는 최대 22%에 달하는 부가가치세(VAT)를 인하해주기로 했다.
소비자가 상거래 시 소매업자에게 결제 영수증을 요구하도록 장려하고자 '영수증 복권제도'도 도입된다. 영수증에 복권 숫자를 기재해 당첨될 경우 완전 면세 상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이를 통해 70억유로의 세수가 추가로 확보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탈리아의 탈세 규모는 연간 1천90억유로로 유럽 최고 수준이다.
내년도 정부 재정적자 규모 목표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국내총생산(GDP) 2.2%로 설정됐다.
내년 1월 1일자로 예정된 VAT 자동 인상안은 폐기된다.
이탈리아는 유럽연합(EU)이 요구하는 GDP 2% 안팎의 재정적자 목표를 충족시키고자 불가피하게 VAT 인상 법안을 통과시켰다.
VAT가 인상되면 세수가 230억유로가량 추가로 확보된다. 하지만 그 부작용으로 중산층 이하의 실질 가계 소득이 줄어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됐다.



아울러 내년부터 디지털세를 도입·부과한다는 내용도 내년도 예산안에 담겼다.
디지털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같이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인터넷 기반 글로벌 기업에 물리는 세금이다.
적용 대상은 연간 전 세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및 이탈리아 내 수익이 각각 7억5천만유로(약 9천800억원), 550만유로(약 72억원)를 초과하는 기업이다.
세율은 먼저 제도를 시행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 내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의 3%로 결정됐다.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연간 세수가 6억유로(약 7천839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의 내년도 예산안은 EU 집행위의 검토를 거치게 되며 최종안은 연말께 하원과 상원 표결을 거쳐 확정된다.
이번 예산안은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중도좌파 성향의 민주당 간 연립정부가 지난달 공식 출범한 이래 처음 제시한 국가 경제 방향으로 EU 집행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 간 연정 때인 작년 하반기에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담은 이탈리아의 2019년도 예산안을 놓고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더 줄이라고 요구하는 EU 집행위와 이탈리아 정부 사이에 장기간 신경전이 벌어진 바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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