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투표 필요조건 아냐…이 시점에선 투표 안 한다"
백악관·국방부·펜스·줄리아니는 줄줄이 탄핵조사 불응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찬반 투표는 실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민주당 주도로 하원에서 진행하는 탄핵 조사가 공식 투표를 거치지 않았다는 절차적 문제점을 들어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민주당의 이러한 결정이 앞으로의 탄핵 조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투표가 필요조건이 아니며 따라서 이 시점에선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주간의 휴회를 끝내고 복귀한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 투표에 대한 당내 지지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들과 잇달아 회동한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민주당 보좌관들은 여전히 절차가 유동적이며, 펠로시 의장이 방침을 바꿔 향후 언제든지 투표를 실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민주당 내에선 투표가 불필요하다는 점에 있어서 대다수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다수 의원은 이런 투표가 탄핵 절차의 조건을 공화당이 지시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톰 맬리나우스키(민주·뉴저지) 의원은 "나는 이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과정에 대한 논쟁은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며 본질이 너무 믿을 수 없게 위험해 이 본질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내놓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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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할 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비리 의혹 조사를 압박했다는 논란과 관련, 민주당은 지난달 24일 탄핵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하원이 탄핵 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공식적인 표결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지난 8일 펠로시 의장 등에게 보낸 서한에서 탄핵 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며 비협조를 선언했다.
백악관에 이어 국방부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 등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연루된 기관과 개인도 모두 민주당의 자료 제출 요청을 거부한다고 이날 밝혔다.
민주당은 앞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줄리아니 변호사,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15일까지 우크라이나와 관련된 자료를 제출하라며 소환장을 발부했다.
또 소환장을 발부하지는 않았으나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도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의 변호인 역시 탄핵 조사를 담당하는 하원의 3개 상임위에 서한을 보내 표결 없이는 탄핵 조사를 위한 공식적인 절차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서류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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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줄리아니 역시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성명을 내고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줄리아니의 변호인은 "위헌적이고 근거 없고 불법적인 탄핵조사로 보인다"면서 "소환장은 너무 광범위하고 합법적 조사의 범위를 넘는 문서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도 3개 상임위의 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잠재적으로 관련 가능성이 있는 서류 보존과 규명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지만 소환장은 법적·현실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우려를 제기한다"며 "지금 시점에선"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백악관 OMB도 "엉터리 탄핵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관련 기관과 인사들이 줄줄이 하원의 탄핵 조사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민주당 간의 싸움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투표 절차를 문제 삼는 것을 거론하며 "우리에게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선 "모든 길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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