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 정상회담 성사 꾀하는 아베…북한 비판 자제 중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 어업 단속선과 충돌한 북한 어선에 대한 강경 대응론이 일본 정치권에서 나오는 가운데 북측에 의한 위법 조업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직접 해명해 눈길을 끈다.
16일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전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달 7일 동해 대화퇴(大和堆) 어장에서 북한 어선이 일본 정부 어업단속선과 충돌해 침몰한 사건과 관련해 "이번에 위법조업은 확인되지 않았고 어업주권법에 토대를 두고 나포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단속선과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물에 빠진 북한 측 승조원을 구조한 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것을 국민민주당 모리 유코(森裕子) 의원이 비판하자 이같이 반응했다.
당시 일본 측은 구조한 북한 선원을 다른 북한 어선에 인계했다.
아베 총리는 "공해상이었으며 우리나라의 선박이 아닌 어선에 강제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리 의원이 중국과 일본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인근 수역에서 2010년 발생한 중국 어선과의 충돌 사건을 거론하며 일본 정부의 이번 대응을 문제 삼자 아베 총리는 "중국어선 충돌 사안은 우리나라의 영역 안에서 발생해 본건과는 전혀 다르다"고 반응했다.
아베 총리는 정치권에서 강경 대응 목소리가 확산해 북한을 자극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회피하고자 북한 어선의 위법 조업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직접 설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희망하고 있으나 북한은 이에 응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북러 정상회담이 모두 열렸지만, 아직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를 못 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비판을 최근 자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7일 북한 어선과 일본 측 선박의 충돌 장면 등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지 않을 것을 시사했으나, 정치권의 압박이 커지자 일단 공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공개 시점을 검토 중이라면서 공개를 미루고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과 수산청에 따르면 이달 7일 오전 9시께 동해에 접한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북서쪽으로 350㎞ 떨어진 수역에서 일본 수산청 어업 단속선 '오쿠니'(大國)와 북한 어선이 충돌했다.
사건 당시 교도통신은 '수산청은 오징어잡이 어선이 위법 조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일본 정부가 당시 북한의 행위를 불법 행위로 규정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북한 선원을 체포하지 않은 것에 대해 집권 자민당 내에서 의문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수산청은 사건 다음 날부터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북한은 이번 사건에 대해 정상적으로 항행하던 어선을 일본 정부가 침몰시킨 것이라고 규정하고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15일 국회에서 언급한 중국어선 사건은 2010년 9월 7일 센카쿠 인근 수역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충돌한 일을 말한다.
양측 선박이 물리적으로 충돌했고 해상보안청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중국 어선 선장을 체포했으며 중국 정부는 일본에 대한 희토류(稀土類)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등 이 사건을 계기 양국 갈등이 확산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에토 다쿠(江藤拓) 농림수산상은 북한 측 선원을 체포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1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60명이나 되는 사람이 바다에 팽개쳐졌다. 나에게도 충돌 6분 후 연락이 들어왔다. 어쨌거나 인명을 지키는 것을 우선해서 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측 선박이 직진하던 중 북한 어선이 갑자기 방향을 틀어 충돌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북한 측이 사고 원인 제공자라는 견해를 밝혔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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