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여론 비등·靑청원 줄이어…인터넷 시대 초기 논의 끝에 2007년 시행
2012년 위헌 결정으로 폐지…'표현의 자유' 침해·실효성 등 논란에 재도입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정윤주 기자 =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을 계기로 악성 댓글(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다시 주목받으면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 요구가 일각에서 다시 분출되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십수 년 전 논란이 불거져 헌법재판소를 거친 끝에 폐기로 일단락된 상황이지만, 한 젊은 연예인의 비극적 결말을 애도하는 여론에 힘입어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전국 19세 이상 성인 502명을 대상으로 15일 조사,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를 보면 응답자의 69.5%가 인터넷 댓글 실명제 도입에 찬성했다.
지역·나이·이념 성향·지지 정당 등을 막론하고 인터넷 댓글 실명제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했다는 것이 조사 업체 측의 설명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도 설리 사망을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 부활을 요구하는 청원이 다수 올라왔다.
'익명성' 뒤에 숨어 남의 인격을 모독하는 '악플러'를 막으려면 실명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런 논란은 처음이 아니다.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 당시 인터넷 익명성과 악플, 사이버폭력 등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으면서 실명제 도입 논의가 함께 이슈로 떠올랐다.
이에 2007년 포털 사이트 이용 등에 실명 확인을 의무화하는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논의 단계에서부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데다 페이스북·트위터 등 해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용할 방법이 없어 실효성 논란이 이는 등 많은 잡음을 낳았다.
결국 도입 5년 만인 2012년 8월 헌법재판관 8명이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포털 뉴스 댓글 등에 본인 확인 절차는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번처럼 악플의 폐해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인터넷 실명제 도입 요구가 따라오곤 했다.
20대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해 1월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안이 그것이다. 현재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이 법안은 포털 서비스의 인터넷 댓글 서비스에 한해 본인 확인제를 도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위헌 결정의 벽이 가로막고 있는 데다 인터넷 실명제 반대 논리가 여전히 탄탄하기 때문에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전에는 재도입이 쉽지 않아 보인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인터넷 실명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로 위헌 결정을 받았을뿐더러 실제로 악플을 줄였다는 유의미한 증거가 없다"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 공적규제보다는 미디어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을 가르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 자정적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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